상당수 ‘지방의회 행동강령’ 무시
인천시의회가 ‘지방의회 행동강령’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소관 상임위원회 직무와 연관된 위원회(인천시)에 무더기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의회 감사기능 약화 및 유착 우려를 사고 있다.
1일 대통령령인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7조를 살펴보면 지방의회 의원은 집행기관의 위원회, 심의회, 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 직무와 직접 관련된 심의·의결은 회피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월 인천시에 공문을 보내 위원회, 심의회, 협의회 위원을 위촉할 때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지방의원을 제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인천에는 5개 상임위 소속 의원 대다수가 상임위와 연관된 집행부 148개 위원회·심의회 등에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산업위원회 소속인 A 의원은 상임위와 연관된 외국인투자유치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B 의원은 경제자유구역발전자문위원회, C 의원은 물류정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D 의원은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심의위원회, 교통안정정책심의위원회,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위원회, 택시정책위원회 등 교통관련 위원회에 대부분 참여하고 있으며, E 의원은 도시재정비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의원들이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다시 의회(상임위)에서 감사하는 중첩된 역할을 하고 있어 의회 본연의 업무인 감시·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의원이 상임위와 위원회 활동을 병행하게 되면 심의·의결·감사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하거나 관련 업계와 유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인천의 모 의원은 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다른 방향으로 결정되자 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또 부산시의회에서는 건설교통위원회 의원이 택시요금을 심의·의결하면서 택시업체로부터 1천만 원의 금품을 받고 요금을 인상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적발된 예도 있다.
반면 서울 성북구와 경기도 안산시 등은 소관 상임위 의원이 아닌 의원을 추천받아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 집행부는 의회의 눈치를 보느라 권익위 권고에도 해당 상임위 의원을 위원회에 위촉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시의 한 공무원은 “위원회 관련 법령에는 지방의회 의원을 위촉하라고만 돼 있지 해당 상임위를 배제하라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며 “의회에서는 해당 상임위 의원을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지 않으면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 관계자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상임위와 연관된 위원회 활동을 하면 의원 한 명에게 심의·의결·감사 기능까지 주기 때문에 균형잡힌 감사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의회가 철저히 감사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상임위와 위원회 구성원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재용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상임위 의원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위원회 활동을 하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행동강령 자체가 권고성격이다 보니 의회 내부적으로 충분한 공감대를 사지 못하고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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