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 개선사업 표류… 또 전기장판에 의지 겨울나기

십정2지구 ‘주민의 눈물’

“올겨울을 보내는 것도 막막한데 내년 겨울도 여기서 보내야 한다니…”

1일 오후 2시께 부평구 십정동 십정2지구 208-5.

하늘에 닿을 듯 가파르게 솟은 달동네 한가운데 노인 4~5명이 나와 햇볕을 쬐고 있다. 초겨울이라 제법 추운 날씨지만 이들은 “방 안보다 여기가 따뜻하다”며 양지를 찾아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A씨(85·여)는 “난방은 잘 때 틀어놓는 전기장판이 전부”라며 “다른 건 바라지 않으니 이곳 공터에 바람이라도 막아달라”고 말했다.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끊임없이 표류하면서 주민들이 낙후된 환경에서 또다시 겨울을 맞았다.

십정동 216일대 19만 3천여㎡의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2009년 지장물 조사를 시작했지만, LH의 자금난 등을 이유로 아직도 지장물 조사를 하고 있다.

연이은 사업 지연으로 주민들 절반 이상이 다른 달동네로 떠나 전체 1천488가구 중 3분의 2가량이 빈집으로 남아 있다. 빈집은 도둑이나 비행청소년들의 표적으로 전락했으며, 빈집 밀집지역 주민들은 자기 소유의 집을 놔두고 주민이 많은 지역에 월 10만 원 짜리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기름보일러는 비싸서 돌릴 엄두도 못 내고 연탄난로 역시 한겨울을 보내려면 가구당 1천 장 가량이 필요하지만, 복지단체 등에서 지원받는 100~200장이 전부다.

붕괴위험주택이 대부분이지만 집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웃풍이 강한 것은 물론 집이 갈라지고 벽에 구멍이 나 하늘이 보이는 집에서 눈과 비를 우산으로 막고 있다.

게다가 주민 대다수가 70대 이상 홀로 사는 노인들이며, 일부는 심한 우울증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 십정2지구 주민회의 감사는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택 붕괴나 화재 발생 등 2차 사고가 걱정”이라며 “계속 미룰 거면 차라리 사업을 포기하고 몇 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부분을 보상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지장물 조사는 현재 진행 중으로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며 “실제 보상 및 이주는 내년은 힘들고 2015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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