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위한 자금지원 취지 무색
저소득층에게 월세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독려로 각 시중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월세 대출 상품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월세 상품의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4~6%의 고금리인데다 실제 이 상품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의 이용은 제한되고 있기 때문으로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독려에 따라 저소득층에게 월세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최대 5천만원까지 돈을 빌리면 은행이 집주인에게 월세를 대신 내고, 세입자는 이자를 은행에 납부하는 마이너스 방식의 대출 상품이다.
그러나 이들 월세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실제 우리은행이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우리월세안심대출’의 경우, 8개월이 지나도록 도내 영업점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월부터 신한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신한월세보증대출’과 지난 10월부터 하나은행, 외환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하나 월세론’과 ‘KEB 월세론’ 또한 도내 대출 실적이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월세 대출 상품들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은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은행의 월세보증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인 3.82%를 웃도는 최저 5.87~6.67%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월세안심대출’도 3.95%~ 5.94%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KEB 월세론’의 금리는 4% 중반에서 최고 5.34%였으며 ‘하나 월세론’ 또한 4% 후반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이들 월세 상품들이 고객을 신용등급 1~8등급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9~10등급)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월세 대출 상품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가 거의 없어 시중 은행들 대부분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들에게 월세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월세 상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자금 투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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