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환자 살리려고 아버지 임종 지키지 못해

백완기 인하대병원 교수 ‘눈물의 수술’

“비록 외동아들이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지만,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기에 아버지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겁니다.”

인하대병원 백완기 교수(55·흉부외과 과장)가 환자 생명을 살리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19일 둘째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A씨(55·여)가 ‘대동막 박리’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져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대동막 박리는 동맥경화 등으로 대동맥이 손상돼 동맥벽이 벗겨지는 질환으로 대동막 박리 심장수술은 심장수술 가운데서도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꼽힌다.

백 교수와 의료진은 A씨의 심장수술을 다음 날 새벽까지 진행했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아 재수술 준비하던 중 백 교수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며 외아들인 백 교수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백 교수는 외아들이라는 개인적 상황과 당장 수술을 대신 집도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수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교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지, 환자를 살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수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결혼식을 허겁지겁 마치고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A씨의 딸과 사위 등 가족은 A씨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반면, 이날 오전 5시께 평생을 의료인으로 살았던 백 교수의 아버지는 숨을 거뒀고, 백 교수는 빈소에서 아버지 영정을 끌어안고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만 했다.

A씨는 “가족이 크게 걱정했는데 성공적으로 수술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개인적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큰 사건으로 제 생명을 지켜주고자 아버님 임종도 못 지키셨다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백 교수는 국내 최초로 최소절개를 통한 심장판막수술에 성공했으며 지난 1994년부터 인하대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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