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 50년사, 도전을 넘어 도약하다]3.1990년대 농·축업 기술개발 포문

느타리버섯·한국형 씨돼지 등 ‘고품질화’… 패러다임을 바꾸다

1970년대 녹색혁명과 1980년대 백색혁명으로 식량자급을 달성한 뒤 1990년대에는 농축산물의 품질 향상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 중 1970년대 수출산업으로 육성된 양송이산업은 중국 개방과 더불어 국제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1980년부터 위축되기 시작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버섯 품목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체 품목으로 우리나라 입맛에 가장 알맞은 느타리버섯이 떠올랐는데, 70년대의 원목재배법으로는 대중화하기에 부족해 새로운 대량생산 재배방식을 개발해야 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1989년에 세계 최초로 원형질융합품종인 ‘원형느타리’를 육성해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후 버섯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90년대 집중 개발된 느타리버섯 연중재배방법과 재배환경 제어 기준설정, 병해충 방제, 그리고 세계 유일의 재배방식인 볏짚을 활용한 균상재배법은 고품질의 버섯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느타리버섯 생산액은 1990년 908억원에서 1995년 2천18억원, 2000년 3천118억원으로 급진적으로 증가하며 농가 수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와 함께 90년대에는 채소 묘를 일년내내 균일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육묘 기술이 도입됐다.

‘모종 농사가 절반 농사’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모종 기르기(육묘)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보통 채소 모종을 기르는 기간은 20~80일로, 한 번만 잘못 관리해도 모종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좋은 모종을 기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중요하다. 

농진청은 여러 개의 재배 용기가 연결된 플러그 트레이를 이용해 소요되는 종자의 양과 육묘공간을 절약하고, 가벼워서 운반과 작업이 편리한 육묘용 혼합 상토와 전용 비료를 개발했다. 또 고추, 오이, 상추 등 각 작물에 맞는 육묘 용기의 크기 및 육묘기간을 설정했다.

온도, 광량 등 환경관리 및 양·수분 관리기술, LED 등 인공광 보광을 통한 품질향상 및 생육조절기술 등도 개발돼 채소 묘를 연중 계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에 따라 재배 농가가 육묘를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전문 공정육모장에서 전문 육묘기술로 생산된 고품질의 채소 묘를 연중 안정 공급해 채소의 안정 생산에 기여했다.

축산 분야에서도 90년대는 ‘한국형 씨돼지’의 연구가 시작됐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씨돼지는 일반 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뿌리가 되며, 소비자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 생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당시 국내 자체적으로 생산한 씨돼지가 없어 막대한 수입 비용이 발생했으며, 특히 수입 씨돼지는 국내환경 적응력이 낮아 활용 기간이 짧기 때문에 2~3년 주기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농진청은 국내 환경과 소비자 요구에 적합한 ‘한국형 씨돼지’를 개발하고자 1998년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 10년 만인 2008년 ‘축진듀록’을 특허청에 상표등록했다. 이는 1+등급 출현률이 일반 농가보다 4배나 높은 38%로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과 수입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 90년대에는 현대화된 농가보급형 비닐하우스 모델이 개발되고, 쪼개거나 자르지 않아도 과일맛을 알 수 있는 ‘비파괴 품질판정기술’이 개발돼 2000년부터 보급에 들어가는 등 ‘품질혁명’이라 부를 만한 기술개발이 잇따랐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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