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해진 연탄에 서민층 겨울나기 ‘비상’

‘귀하신 연탄’ 겨울철 서민들 가슴 까맣게 타네…

최근 어려운 경기 탓에 연탄을 선호하는 영세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도내 곳곳에서 연탄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이른 추위와 빈곤한 삶에 연탄으로 한겨울을 나려는 서민층의 겨울나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수원시 세류동의 A연탄판매소는 지난해 동기대비 주문량이 20%가량 늘었다. 하루에 2만~3만장의 주문이 들어오지만 이 곳에서 하루 배달할 수 있는 양은 4천장 정도다. 배달 인력도 부족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물량 부족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여름 비축해 놓은 20만장의 연탄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 최모씨는 “공장에서 들여올 수 있는 연탄량이 한정돼 있어 주문은 물밀듯 들어와도 2주 후에야 배달이 되고 이마저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연탄을 찾는 서민층이 늘었는데 이들의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의 B판매소는 지난해 하루 2만장이었던 주문량이 올해 3만장으로 50%나 뛰었다. 일반 가정은 물론 소규모 사업장, 공장, 모텔 등 영세 상인들의 주문도 폭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판매소에 하루 배당된 연탄량은 7천800장 정도로 주문량에 턱 없이 모자란 수치다. 여주시의 C연탄 판매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지난해 대비 주문이 20% 늘었지만 배달은 주문량의 30%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00장 묶음의 주문도 평균 10여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

불황에 난방비 한 푼이라도…

서민ㆍ영세상인 등 주문 물밀듯

도내 업체마다 수급차질 ‘비상’

이처럼 연탄의 수요가 급증하는 까닭은 등유, 가스 등 다른 난방용 연료에 비해 3분의1 가량 저렴해 어려워진 경기에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이 등유, 가스를 연료로 난방을 할 경우 한겨울 20만~30만원을 지출해야 하지만, 연탄은 10만원 정도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198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석탄 생산량 감축 정책도 연탄 수급 차질에 한 몫 하고 있다.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지난 1988년 2천429만톤에 달하던 석탄 생산량은 지난해 209만톤으로 축소됐다. 올해도 국내 무연탄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5% 줄였고, 이마저도 20%는 발전용으로 쓸 계획이다.

정부의 무연탄 비축량이 모두 소진되는 5~6년 후에는 연탄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탄 나눔 운동을 펼치는 박홍원 연탄은행 경기도협의회 대표는 “올해 여주시에만 514명이 추가로 연탄지원 대상자에 선정될 만큼 어려운 가정이 늘어났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수급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석탄 감축정책을 대신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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