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 50년사, 도전을 넘어 도약하다]2.1980년대 멀칭기술 ‘백색혁명기’

들판 곳곳 멀칭재배ㆍ비닐하우스… 사계절 신선채소 ‘식탁혁명’ 이끌어

1970년대 통일벼가 이룬 식랑자급 달성을 기반으로 1980년대에는 국민의 식생활이 크게 향상됐다. 채소가 단순한 부식에서 기호식품으로 바뀌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신선채소가 식탁을 주도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회 변화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는 신선채소를 연중 공급하기 위한 멀칭재배(농작물을 재배할 때 토양 표면을 덮어주는 것) 및 비닐하우스 설치에 관련된 다각도의 연구와 농가 기술보급 확대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보통 논 감자를 심고 60여 일 만에 수확한 후 다시 벼를 심는데, 멀칭재배는 이모작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잡초 방제와 지온 상승, 가뭄 방지 등 1석5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딸기, 봄무, 감자, 고추 등의 멀칭재배와 수박, 참외의 소형터널재배, 죽재하우스를 이용한 채소의 주년 생산 등 다양한 연구와 기술 보급은 농가의 생산성과 소득 증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

시설 면적도 1985년 기준 2만8천588㏊로 1970년에 비해 무려 22배나 증가해 우리나라 들판 곳곳이 비닐하우스로 덮이면서 ‘백색혁명’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이와 함께 80년대에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젊은 농촌 인력의 급격한 이탈로 기계화기술 개발이 중요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벼 기계이앙 재배 연구는 작물시험장에서 1971년 수동식이앙기 실용화시험으로 시작됐다. 이후 1977년 국내에 동력이앙기 50대가 도입되면서 80년대 본격적으로 중묘기계이앙 육묘 및 본답재배에 관한 연구가 수행됐다.

파종 방법 및 육묘관리 기술, 지대별 재배 시기 및 재식밀도 설정, 본답 비배 관리 및 물 관리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경운에서 파종·이앙작업까지 기계화기술을 완성함으로써 생산량은 증대되고 생산비는 절감됐다.

육묘기간은 45일에서 30~35일까지 단축됐으며 10a당 9시간이 걸리던 작업시간도 6시간으로 짧아졌다. 이앙 노력시간 역시 기존 10a당 24시간에서 8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중묘기계이앙 재배의 경제적 기술가치는 1980년에서 2030년까지 약 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계이앙이 농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벼 이앙기 개발과정 초기에 농업공학부 시험포에 이앙기로 이앙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 농민들은 “올 가을에 벼를 수확한다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고 비웃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몇몇 농민은 기계이앙한 모를 뽑아내고 손으로 다시 이앙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기계이앙한 모가 일정기간이 지나면서 손으로 이앙한 것과 거의 같은 생육을 보였을 때 농민들의 인식도 바뀌게 됐고, 점차 기계이앙을 받아들이면서 벼농사 기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밖에 80년대에는 과수봉지재배와 비가림재배법이 개발되면서 생육기 비로 인한 병 발생을 억제하고 농약살포 횟수를 절감해 고품질 친환경재배가 가능하게 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비닐의 이용은 사계절 신선한 농산물을 우리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한 백색혁명으로 농한기와 보릿고개를 없애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또 중묘기계이앙 재배기술 개발은 벼재배 과정 중 가장 중노동이라 할 수 있는 손이앙작업으로부터 해방되는 계기를 마련해 현재까지도 가장 안정적인 재배기술로서 농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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