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이여행] 낙엽 지는 가로수 길 따라

-한국가구박물관-

삼청동을 지날 때 은행이 곤두박질치며 파열음을 낸다.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처럼 플라타너스 큰 잎도 뚝뚝 떨어져 뒹군다. 센티 메탈이라는, 서정시를 잃어버린 무감한 건조함이 차라리 외로움을 견디게 한다. 다색의 낙엽이 곱게 누운 포도를 걷다가 한국가구 박물관을 만났다. <한국 알리기> 라는 한 수집가의 집요하고 숙명적인 명제가 이런 멋진 공간을 이룩해 냈다. G20정상의 부인들이 오찬을 했다는 실내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따사롭게 전해준다. 사랑채에 앉으면 멀리 남산이 보이는 풍경, 방안에서 담 너머 자연을 들여놓는 한옥의 정감어린 건축구조는 미학과, 철학과, 선비정신이 결합된 최고의 공간미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 수집된 가구며 공예품은 낯설지 않지만, 느티나무로 만든 가구의 무늬는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이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먼 미래로부터 현재를 당겨볼 수 있는 컬렉션의 화려함은 이 가을에 만난 예기치 않은 애인처럼 내 마음의 거리를 평정하게 범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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