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보자 협동조합, 절반은 개점휴업

설립 붐 ‘협동조합’ 절반 개점휴업

747곳 중 341곳 자금 부족ㆍ조합원 미확보 등 사업 지지부진

“높은 은행문턱 등 곳곳 한계” 조합운영자들 정부지원 호소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정부가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하면서 협동조합 설립 붐이 거세게 일었지만 절반가량은 운영 시작조차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 설립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데다 ‘일단 만들고 보자’식의 접근으로 고용창출이나 신규 수익모델 개발 등으로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기준으로 신고 및 인가된 1천209개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답한 747개 협동조합 중 341개(45.6%)는 사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운영자금 부족’이 33.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수익모델 미비’(22.3%), ‘조합원 미확보’( 14.1%) 등의 순이었다. 설립하기 전 기대했던 예산 지원 등 정부의 정책 지원 부족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는 응답도 10.6%나 됐다.

협동조합의 재무 상태와 근무 환경도 낙제점 수준이었다. 협동조합당 평균 자산은 약 4천만원으로 조합원이 낸 출자금 의존도가 74%에 달했고, 매출을 올리는 고객도 조합원이 35%로 높았다. 특히 사업 시행 초기 협동조합의 목표 매출액은 평균 1억8천641만원, 목표 이윤은 3천991만원이었으나 올 1월~6월 2분기 동안 달성도는 각각 26.6%, 15.5% 수준에 그쳤다.

경기지역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경기지역 협동조합 신고수는 모두 350건에 달했지만, 이 중 조합원 수가 10명 미만인 곳이 242곳(69.1%)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자본금 1억원이 넘는 곳은 단 11곳에 그쳤으며, 일부 협동조합의 경우 자본금이 채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농업, 도소매업, 예술, 교육, 공공서비스를 지향하는 사회적 협동조합형 등 설립된 조합들의 면면은 다양했지만 간판만 걸어놓은 곳이 대부분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의 협동조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도내 식자재 관련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도 마땅히 없는데다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문을 열지 못하는 조합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대로 된 사업 비전없이 붐을 타고 간판만 단 협동조합들도 문제이지만, 법만 만들어놓고 제대로 된 지원도 없는 정부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정책 지원으로 ‘공공조달 시장 우선권 부여’(31.5%), ‘금융 시스템 구축’(23.8%) 등을 꼽았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