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무릎베고 듣던 그 옛날이야기… ‘치매 예방’ 딱이네

‘팔순’ 황미숙ㆍ최선예 어르신 동화책 출간

팔순의 나이에 할머니 두분이 어린이와 치매노인을 위한 동화책을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선예(81·수원 세류동)ㆍ황미숙(80·오산시 원동) 어르신들로 최근 ‘할머니가 들려주는 그림 속 이야기’를 출간했다.

두 어르신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회장 신현옥·수원시 세류동)에서 10년 넘게 그림을 배우며 우정을 쌓는 둘도 없는 친구지간이다.

두 권으로 제작된 동화책은 최선예 어르신께서 글과 그림을 그린 ‘홍길동전’과 ‘견우와 직녀’와 황미숙 어르신께서 가사와 그림을 맡은 ‘아리랑’, ‘낮에 나온 반달’, ‘달 따러 가자’가 담겨 있다.

어르신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은 투박하고 진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가 도움 없이 줄거리 정리부터 밑그림, 색칠까지 모두 두 어르신이 한 달 넘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 어린 시절 아랫목에 누워 잠들기 전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는 아이들에겐 교육용으로, 어르신들에게는 치매예방 도서로 제격이다.

황해도 개성이 고향인 황미숙 어르신은 그림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어린 시절 나무꼬챙이나 녹슨 못을 주워서 흙바닥을 파며 그림을 그려본 게 전부. 중학교 때 의사가 되고 싶었던 어르신은 스무 살에 결혼해 바느질로 자식 넷을 키웠다.

춘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최선예 어르신은 2남3녀를 키우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 우연한 기회에 성당에서 치매 미술을 접하게 돼 15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첫 수업 때 그린 새댁 시절의 자화상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그림 솜씨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가슴에 쌓였던 한과 아픔, 그리고 기억이 정리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무엇보다 성취감을 통해 누구보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들 어르신이 노년에 동화작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9년째 치매 미술로 어르신들 정신건강 회복에 앞장서온 신현옥 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번 책 출간은 과거의 풍부한 경험과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미술 활동을 통해 노인성 치매를 완화시키고 있는 두 어르신의 큰 성과이자, 건강한 노년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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