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하늘 아래현풍 팽나무와 100년 도깨비 시장

현풍 시장을 가다가 우연히 400년 보호수 팽나무를 만났다. 조우는 운명적인 필연의 만남일까? 긴 세월을 살아낸 노목은 공터의 공간에서 밀려나 점점 협소해진 자리를 간신히 지켜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배려라는 위장으로 나무를 죽이지만 않았을 뿐 바로 옆까지 콘크리트 더미를 쏟아 양생한 터였다. 미필적 고의라고 할까. 나무는 아랑곳 않고 수직으로 뻗어 올라 무성한 잎을 솟구치고 있었다. 현풍시장은 다양한 먹거리 장터와 갖가지 특산물로 풍성했다. 도라지, 생강, 송이버섯, 우엉 등이 수북이 쌓였는데 소구레 국밥집은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내어 모락모락 김을 부풀렸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국밥을 먹는 아저씨는 가장 행복한 순간인 듯 땀에 젖어 얼큰히 붉었다. 어탕국수도 먹고 싶고, 팥죽도 먹고 싶고, 부추전도 간절하지만 나는 시장 한켠에서 들깨가루 듬뿍 들어 간 메밀 손칼국수를 먹는다. 뜨끈하고 구수한 국물에 현풍막걸리한잔 곁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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