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들판은 텅 비었고 습지엔 베어낸 벼가 논바닥에 누운 채 건조를 기다리며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다. 내포평야를 지나와 예당저수지가 보이는 대흥 마을에 이성만 형제효제비가 있다. 초등학교 2-2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의좋은 형제의 현장이다. 형제의 이야기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으며 연산군 3년에 세워진 효제비가 1978년 발견됨으로써 의좋은 형제가 이 마을의 실존인물임이 밝혀졌다. 깊은 밤 몰래 형은 아우에게 아우는 형에게 벼를 더 주려고 낟가리를 옮겨 쌓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달밤에 마주쳐 얼싸안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초등학교수업시간이 되살아난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 마을은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대흥동헌과 백제부흥의 성 임존성, 대흥향교가 있다. 그밖에도 수령천년이 넘는 배맨나무와 원줄기에서느티나무가 자라 공생하고 있는 수령600년의 대흥향교은행나무가 있다. 논두렁길을 느리게 돌아 나온다. 발효된 가을이 단풍든 잎을 차곡차곡 내린다. 만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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