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일 밤 9시가 되면 24시간 문을 여는 서울 정동의 맥도날드에 나타나 새벽 4시까지 새우잠을 자다가 사라진다고 해 그런 별명을 얻었다. 맥도날드에서 7시간의 밤을 보낸 그는 교회에서 다시 4시간을, 이후 광화문 스타벅스 등에서 13시간이나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맥도날드 할머니’가 지난 7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3개월 뒤인 10월 초에 알려졌다. 지난 5월 서울역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그녀는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 이송됐으나 암이 복막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치료가 어려워 7월에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입원 8일만에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 중구청과 병원에서 유족을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않아 ‘무연고 변사자’로 처리됐고, 서울시립 무연고 추모의 집 납골당에 안치됐다.
‘맥도날드 할머니’의 무연고 고독사
지난해엔 기러기 아빠로 지내던 한 지방의 국립대 명예교수가 죽은 지 한달이 지난 후에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많은 매체들에서 ‘고독사’라는 용어를 써서 이를 보도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그간 고독사가 빈곤층 독거노인이나 노숙자 등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서 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독사라는 게 경제적 상태를 떠나 혼자 사는 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고독한 세상이 도래했다. 연고 없이 혼자 지내다 숨져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고독사 소식은 앞으로 닥칠 고령사회의 그늘을 경고하고 있다.
2010년 일본 NHK는 ‘무연사회(無緣社會)’라는 특집방송으로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홀로 살다 죽은 고인의 유족이 유체 인수를 거부해 조문객도 없이 치러지는 장례 과정이 장례식보다는 사체 처리과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무연사(無緣死)’는 모든 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혼자 죽어 아무도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죽음을 뜻한다. 신원 혹은 연고자 확인이 안되는 이런 죽음이 전국적으로 3만2천여명에 이르는 일본사회를 NHK 특별취재팀은 ‘무연사회’라고 이름 붙였다. NHK는 고령화와 저출산, 개인주의가 초래한 일본의 병리적 사회 현상인 무연사회를 중점적으로 파헤쳤다.
일생에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독신의 비율인 평생미혼율의 증가,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한 무너진 사회 안전망, 30~40대로 퍼져가는 정서적 ‘무연감(無緣感)’ 등으로 일본은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것이 점점 자연스런 사회가 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기네스북 감이다. 독거 노인의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는 414만여 가구로 5년간 30% 넘게 급증했다. 이중 독거노인의 수는 125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면서 최근 고독사하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연고 고독사는 2009년 587명, 2010년 636명, 2011년 727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이고, 이 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48.6%를 차지하고 있다. 무연고 고독사가 남의 일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는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13만 7천702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혼자 살다 혼자 죽는’ 비극 줄여야
상황이 이러하자 일본처럼 가족 대신 유품을 정리해주는 전문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채 고독사하는 경우는 몇년 전부터 있었지만 마지막 마무리까지 타인의 손에 맡기는 세상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연사회는 이제 이웃나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도시생활, 하나의 트렌드가 된 싱글족, 가족 해체와 맞물려 무연사회는 젊은 세대가 미리 준비해야 할 현대인의 미래상이 됐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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