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평행선… 깊어지는 ‘감정의 골’ 주민 “환경파괴” vs SK “피해없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을 둘러싸고 SK 측과 주민과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공장이 위치한 인천시 서구 주민들은 연일 SK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산발적으로 항의와 집회를 이어가던 인근 주민들은 최근 ‘SK석유화학공장 건설철회를 위한 인천주민 연합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SK석유화학 공장 증설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파라자일렌 등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 물질이 생성되는 공장이 증설되는 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측은 첨단시설 공법을 동원해 생산설비를 갖추는 만큼 주민이 우려하는 환경오염 등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주민 “화학공장 건설 철회·사업승인 취소하라”
파라자일렌 생산시설 유독·유해성 우려 증폭
인천석유화학㈜이 생산시설 변경을 통해 석유화학원료 파라자일렌(PX) 생산을 추진하자 지역주민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파라자일렌의 경우 유독성과 유해성이 높아 환경오염 우려가 이는 만큼 생산시설 설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 인천공장을 분할해 별도 법인 SK인천석유화학을 설립하고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을 신설하기로 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알려진 파라자일렌 생산을 위해 앞으로 1조 6천억원을 투자해 내년 4월까지 설비를 갖춘 뒤 7월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 정상가동 땐 현재 6조원 정도인 매출액이 14조원으로 확대되고, 건설기간 중 3천5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SK 측은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 ‘효자상품’으로 알려진 파라자일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에서 추출해 페트병과 합성섬유, 필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다.
하지만, 파라자일렌은 무색투명한 형태로 물에 녹지 않아 인화성이 높고, 조금만 흡입해도 구토와 복통을 동반하는 유해성 물질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주민들은 “발암 물질 위험에 대한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공장 증설 공사를 계속해 주민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며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주민의 불안과 안전부터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인천 서구의회 및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도 주민들 입장에 동참했다.
인천환경연합과 인천녹색연합 등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SK인천석유화학이 증설 중인 생산시설은 벤젠, 톨루엔, 자일렌과 파라자일렌을 추출하는 공장”이라며 “환경위해성과 함께 PX공장의 가스안전, 소방처리, 에너지안전성 등 안정성 평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회사 측은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치 않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공장 근로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유독물질인데도 기업비밀이란 이유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서구의회도 석남동 및 원창동 주민 의견을 모아 SK 인천석유화학 생산시설 신설과 관련해 주민이 참여하는 협력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서구의회는 파라자일렌의 경우 유독성과 유해성이 높아 환경오염 우려가 이는 만큼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형렬 서구의원은 “주민 불안 최소화를 위해 증설과 관련한 설계도와 시방서 등을 검증하고 규정대로 시공하고 있는지와 법적 기준에 적합한 환경저감시설을 설치하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 “생산시설 안전성 확보… 공장 증설 미룰 수 없다”
“관련법 모두 충족 승인 받아” 주민 설득전
SK인천석유화학은 40여년전 경인에너지로 출범해 지금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인천 향토기업이다.
하지만 경인에너지에서 인천정유, 이후 한화에너지, SK인천정유 등 기업역사 말해주듯 그동안 잦은 경영 주체 변경에 시달리며 구조조정 등 시련을 겪어 왔다.
동종 경쟁업체에 비해 단순한 정제 시설만을 갖춘 낮은 경쟁력이 이유였다.
SK석유화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화학 기업의 유망 사업군에 투자를 결정했다.
화학섬유 계열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생산을 위한 공장 증설이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PX는 세계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PX 공장 증설은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무색하게 환경피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발암물질 등의 유출을 우려해 공장 설립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며, 환경영향평가서 공개, 안전성검증위원회 구성, 유해물질 대응 조례제정 등을 통한 안전성 입증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SK인천석유화학측은 이번 증설투자로 인한 3천5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와 1조6천억원의 10%가 넘는 금액의 환경 시설 투자 노력 등을 설명하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관련 법규(산업안전보건법, 에너지관리법, 위험물관리법 등)에서 정한 안전성 정밀심사(PSM·SHS 등) 기준을 모두 사전 통과하고 공장 증설 승인을 얻었다는 것이 SK석유화학의 설명이다.
특히 인천공장은 공식 산업단지에 해당하지 않아 ‘건강영향평가’ 대상이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위해성평가’를 실시하고 산업단지 수준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측이 PX생산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받고 공장 증설을 승인받은 때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8년 공장 증설 착공에 들어갔지만 2010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재정 악화로 전면 중지됐다가 올해 재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그동안 SK석유화학은 전체시설 밀폐 및 밀봉, 공정회수에 최적방지시설을 적용해 PX 안전성으로 확보했다.
또 생산공정 20m마다 탄화수소감지기를 설치하고 연 1회 이상 11만 포인트 탄화수소 누출여부를 측정하는 방안도 추가했다.
이로 인해 공장 주변 U 대기질 벤젠농도가 대기환경기준(5㎍/㎥) 이내 평가가 예측되는 등 PX증설에 따른 추가 환경오염물질을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공장 증설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주민 우려와는 달리 증설에 따른 위험성이 없는 만큼 공사를 중지할 순 없다”고 말했다.
글 _ 배인성 기자 isb@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PX공장 유해성 우려는 기우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물질
“SK인천석유화학의 PX공장 증설에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박종우 화학경제연구원장은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는 SK석유화학의 PX공장 증설문제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PX생산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민들이 PX는 유독물질로 사고가나면 주민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PX생산설비와 관련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를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수 및 울산, 대산 등지에서 오래전부터 PX를 생산했지만 현재까지 유해문제가 불거진 경우는 없었다.
중국이 유일하게 PX건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지 안전성 논란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박 원장의 주장이다.
박 원장은 “중국 다롄에서 5년 전 PX공장 일부가 파손됐는데 중국 정부와 관리가 이를 속이고 사건을 덮는데 급급했다.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됐고, PX공장 건설 반대운동이 불거졌다”며 “실제 PX는 주민 우려만큼 위해성분 아니고 얼마든지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물질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가 법적기준보다 1.5배 이상 강화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서를 발표했다. 시민단체도 검증작업에 나서고 있어 문제 해결을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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