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해외로 간다고? 우리 학교는 경주로 가는데…”

인천지역 일부 사립고교 수십만원 들여 일본ㆍ중국行

주변 학교 학생들 부러움ㆍ박탈감 교차 ‘교육 악영향’

돈없어 못가는 재학생들 눈치… 교실내 위화감 조성

“학교 사이에도 빈부격차가 있나요?”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L씨(51·여)는 최근 겨울방학에 외국여행을 가자는 딸의 성화에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딸은 친구 A군(16)이 수학여행으로 중국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 해외여행을 보내달라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A군이 재학 중인 인천시 연수구의 B 사립고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L씨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딸을 보며 어려운 형편에 해외여행을 보내주지 못해 답답하기만 한 심정이다.

L씨는 “주변에 다른 학생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괜한 빈부격차만 느끼게 될 뿐”이라며 “학교는 주변 학교의 학생들도 고려해 수학여행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화 C 사립고를 다니는 K군(16)은 어려운 집안사정이 원망스럽다. 지난 5월 C 사립고가 선정한 수학여행 장소 7곳 중 K군은 일본 대마도에 가고 싶었지만, 수십만 원의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국내 코스 중 한 곳을 신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K군은 “초등학생 때 좋은 신발을 신은 친구를 보며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을 수학여행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됐다”며 “다양한 테마의 수학여행도 좋지만, 위화감을 느낄 학생을 위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일부 사립고가 해외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인근 학교의 학생은 물론 학교 내 학생 간 위화감이 형성되고 있다.

B 사립고는 63만 6천900원의 비용으로 중국 수학여행을 다녀왔으며, C 사립고는 46만 9천500원의 비용으로 일본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밖에 부평구 D 사립고를 비롯해 중구 E 사립고도 70만~1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부 사립고가 해외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어려운 형편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B 사립고 관계자는 “수학여행 장소를 선정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받았다”며 “위화감을 조성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교육의 취지로 좋게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C 사립고 관계자는 “학생과 지도교사가 장소와 코스 모두 선정했다”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준비한 수학여행이기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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