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저축의 날’ 통장엔 거미줄만

한푼두푼 ‘저축의 기쁨’ 아 옛날이여… 저축률 OECD 25개국 중 18위 ‘세계 최저 수준’

저축 장려를 위해 지난 1964년 제정된 ‘저축의 날’이 29일로 50주년을 맞았지만, 가계 대출 증가와 저금리의 영향으로 가계 저축률이 세계 최저 수준에 그치는 등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가계 저축 부진은 기업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져 경상수지 흑자 기조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 나아가서는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주체인 가계 기능의 약화로 이어져 경제안정기반을 약화시키고 미래성장동력을 잠식하게 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88년 24.7%에 달했던 가계 저축률은 90년 후반 10%대로 하락한데 이어 외환위기였던 지난 2002년 0%대로 떨어졌다. 이후 외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가계 저축률은 8%대로 복귀하며 회복되는 듯했지만, 결국 더이상의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현재 3.4%를 기록, 3%대의 저조한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다.

50주년 무색해진 ‘저축의 날’

가계 대출↑ㆍ저금리 기조 장기화

저축률 88년 24%→현재 3%대

기업 투자위축 ‘경제 악영향’ 우려

이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18위에 해당한다. 스웨덴(12.9%)과 프랑스(12.5%) 등 선진국은 물론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10.0%)와 칠레(7.2%)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한국은 뉴질랜드(0.3%), 일본(0.8%), 이탈리아(3.4%) 등과 함께 가계저축률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처럼 가계 저축률이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가계 대출 증가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경기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45조원 수준이었던 경기지역 가계대출은 지난 2010년 157조, 2011년 168조로 증가한데 이어 2013년 현재 171조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또한 저조한 저축률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의 경우 금리가 1% 내외 수준에 불과하고, 적금 금리도 장기인 경우에도 한해 3% 이상이 되는 것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은행에 맡기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관계자는 “가계 대출 증가와 저금리,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의 소득 둔화로 저축률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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