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김장채소, 무너지는 농가들

배추·고추값 반토막… 농가 ‘풍년 시름’

작황 좋아진데다 中농산물까지 가세

“헐값에 넘겨야할 판” 농민들 한숨만 푹푹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 배추 등 김장채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기지역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과 풍년 등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채소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수입이 반토막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1시께 안성시 죽산면 당목리에서 3천960여㎡ 규모의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차모씨(61)의 집.

매캐한 고추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집 내부로 들어서자 차씨의 어머니와 부인은 정성스레 말린 고추를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3천300여㎡규모로 고추 농사를 지었다가 올해 규모를 600여㎡ 늘린 차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걱정부터 털어놓기 시작했다.

차씨는 “1월부터 파종을 시작해 만만치 않은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 등을 줘가며 정성껏 농사를 지었는데 지난해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 때문에 수입이 반토막 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직거래 장터 등에서 모두 팔지 못하면 유통업자들에게 헐값에 넘겨야 되기 때문에 더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600g기준으로 산지에서 2만원에 판매됐던 건고추(양근-햇볕에 말린 것) 가격은 현재 9천~1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1만6천~1만7천원 선에 거래됐던 화근(기계로 말린 것)의 가격도 6천~7천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고추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농가는 안성 죽산면 일대에만 50여가구에 달하고 있다.

죽산면 일대서 배추 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수확을 앞두고 배추속이 알차게 여물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포기당 2천500원에 거래됐던 배추 가격이 올해 1천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300여 배추 농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처럼 고추, 배추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올해 풍부한 일조량 등으로 고추, 배추 등의 작황이 좋아진데다 저가 중국산 농산물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성시고추연구회 이오 회장은 “채소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농민들은 그대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직거래 장터 활성화와 저가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 농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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