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목숨거는 사람들

집에서 놀면 뭘해… 노인들 아파트동대표 등 ‘눈독’

고령화시대 ‘新풍속도’

쥐꼬리 보수지만 사회활동 통장ㆍ상가번영회 회장 인기

“집에서 놀면 뭐합니까. 적은 보수라도 받으면서 사회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달 초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감사를 뽑은 수원시 장안구 H아파트(58개동ㆍ5천282가구)에서는 불꽃튀는 선거전이 펼쳐졌다.

입주자대표 1명과 감사 3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무려 9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전직 공무원ㆍ경찰 등 각기 다른 이력을 가진 9명의 입후보자들은 자신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적힌 전단지를 아파트 곳곳에 내붙이며 열띤 홍보전을 벌였다. 3~4명의 후보자들이 경합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수년전만 해도 나서는 주민이 없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의 최소요건인 40명의 동대표 선발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이 아파트는 지난달 어려움 없이 50명의 동대표를 선발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했다.

이같은 현상은 상가 건물과 주민센터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H아파트 인근에 자리잡은 M빌딩(72개 상가)과 수원시 영통구 Y빌딩(58개 상가)의 경우 , 과거 각각 월 15만원ㆍ20만원에 불과한 급여에 비해 ‘하는 일이 많다’며 번영회 총무직을 서로 떠미는 양상이었지만 현재는 3~5명이 서로 맡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또 지난 7월 수원시 장안구 조원2동의 통장 1명을 모집하는데 무려 5명이 지원하는 등 과거 ‘봉사직’으로 여겼던 아파트 입주자 대표, 상가번영회 임원, 통장 등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노령 인구의 증가와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H아파트 관계자는 “적은 보수라도 받으며 사회활동을 하기 위한 노년층들이 늘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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