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은 휴일이 좋겠지만, 일용직에는 가장 고통스러운 날입니다.”
2일 새벽 5시께 인천 동암의 인력소개소를 돌아다니던 김진홍씨(57·남동구 남촌동)는 발길을 멈춘 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주까지 징검다리 휴일이 계속돼 당분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인력소개소 관계자의 말에 김씨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지난달 추석연휴 동안 일을 하지 못해 대출금 이자 30여만 원을 내지 못한 이후 반복되는 대부업체의 독촉 전화가 두렵기만 해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더디기만 하다.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해 대출 원금과 이자 모두 갚아야 하는 김씨로서는 반복되는 징검다리 휴일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추석에 일주일 공쳤는데 개천절 낀 이달 첫주부터 일없어 허탕 축처진 어깨
이러다 산 입에 거미줄… 생활고에 허덕 ‘깊은 한숨’
김씨는 “이달에는 열심히 일해서 밀린 이자를 모두 낼 계획이었는데, 일자리가 없어 죽을 맛”이라며 “월초부터 개천절과 한글날이 징검다리 휴일로 이어지다 보니 제대로 돌아가는 공사장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인력소개소를 찾았던 김종헌씨(59·남구 도화동)도 연이은 징검다리 휴일에 맥부터 빠진다. 김씨는 지난달 추석연휴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렸지만, 이달 반복되는 징검다리 휴일에 일자리가 없어져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이미 지난달 28일 돈을 빌려준 친구로부터 “빨리 돈을 갚지 않는다”며 욕설 섞인 독설까지 들은 김씨는 공휴일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김씨는 내년에 결혼식을 올릴 딸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일을 구하고 싶어 다른 인력소개소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처진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김씨는 “추석에 집을 찾아온 손자 녀석이 ‘할아버지 실업자야?’라고 물었는데, 그때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누군가에게 좋은 날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부터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연이은 징검다리 휴일에 기뻐하는 직장인의 모습과 달리, 새벽부터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일용직 노동자의 한숨은 깊어져만 간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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