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양그룹’ 1100억원 상환만기… 오늘 1차 부도 고비

재계 39위 동양그룹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30일 1천억원이 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가 도래, 1차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양이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1조원 규모의 어음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절실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리스크 관리 중인 은행으로부터 지원받기도 쉽지 않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동양은 30일 당장 기업어음(CP) 105억원, 회사채 905억원을 합친 1천100억원을 막아야 한다.

29일 현재 동양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중 606억원의 상환자금을 기존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했지만 나머지 299억원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195억원 등 모두 494억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동양은 30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 26일 650억원의 상환자금 마련을 모색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동생인 이화경 부회장이 이끄는 ‘오리온’이 지원거부 의사를 밝힌데다 신용등급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청약을 한다 해도 대량의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 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힘들어졌지만 줄곧 매각협상을 해온 동양매직 매각 절차 등이 남아 있어 만기 전(30일)까지 이뤄질 경우 1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지원거부… 494억 자금 부족

동양매직 매각땐 급한 불 끌 수 있어

연말까지 1조1천억 만기 도래 ‘산넘어 산’

예상대로 동양매직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시장도 내다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 매각을 위해 KTB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양매직 기업결합을 사전승인함에 따라 이제 금감원의 펀드설립 허가만 획득하면 KTB PE와의 매각 절차가 완료된다.

그러나 KTB PE 내부 일부 재무적 투자자(LP) 일부가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까지 금감원에 사모펀드(PEF) 사전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다행히 사모펀드 등록신청이 30일 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금마련에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성사되지 않을 시 동양그룹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동양그룹이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그 다음이 문제다. 당장 내달부터 대규모 CP만기가 도래한 탓에 더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올 연말까지 3개월 간 동양그룹이 막아야할 회사채, CP 만기는 모두 1조1천억원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재원에 따르면 오는 10월 CP 4천800억원, 11월에는 회사채 620억원, CP 3천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데다 12월에는 각각 700억원과 1천200억원의 화사채와 CP의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동양그룹은 은행과 금융권에 추가자금을 요청하고 유동화를 통한 단기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STX 등 대기업 부실로 상반기 수익성이 ‘반 토막’난 은행의 자금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동양그룹은 계열사별 주거래은행이 있을 뿐 그룹 차원의 채권은행이 없어 직접 지원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점도 애로로 꼽힌다.

이처럼 동양그룹의 ‘위기설’이 현실화하면서 동양 계열사의 회사채와 CP에 투자했던 투자자는 물론 계열사 부실과 상관없는 펀드 투자자까지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언론을 통해 동양그룹 위기설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25일 동양증권 관련 매물이 3조원가량 시장에 쏟아졌음은 물론 ‘불완전판매’로 인한 일부 직접 투자자들의 ‘줄소송’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시장혼란이 가중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량 계열사 조기 매각과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그룹 차원에서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위기가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점을 미뤄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보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동양그룹이 도산할 경우 한국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그룹차원은 물론 정부차원의 해법모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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