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위기설에 대규모 ‘펀드런’ 우려

금감원 “자산 안전”… 고객들 “일단 빼자”
‘흔들리는 동양’ 계열사 동양증권 대규모 펀드환매·예금인출 사태

“정부 말을 어떻게 믿나요. 불안한 채로 있는 것보다 증권사를 옮기는 게 마음 편합니다.” 24일 오전 10시 경 수원의 동양증권 A지점서 만난 고객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이 같은 고객들의 마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개장한 지 1시간 남짓 지난 시간인데도 매장 안에는 펀드를 환매하거나 종합자산관리(CMA)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대기자만 12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전일 동양증권의 모기업인 동양그룹이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일시에 몰린 것이다.

이 때문에 계좌 입ㆍ출금을 전담하는 4개 창구가 턱없이 부족해 펀드투자와 상담 창구 직원 모두가 동원됨은 물론 지점장까지 나서 고객을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대기번호가 줄지 않자 일부 고객 간 고성이 오가거나 지점장과 직원에게 항의하는 등 크고 작은 마찰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정부, 뱅크런 우려 조기 진화 고객불안 잠재우기는 ‘역부족’

“부산저축銀 선례… 못 믿겠다” 환매 불이익도 감수 ‘자금이탈’

이처럼 개장과 함께 대량 펀드 환매(펀드런)와 예금 인출(뱅크런) 조짐을 보이자 금감원은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양증권의 고객 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니 동요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발화한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이날 정오를 기해 A지점에만 대기자가 200명을 초과하고 지점 내 ATM기에 늘어선 고객만 30명에 육박하는 등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고객 김모씨(45)는 “지난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도 안전성이 강조됐지만 결국 회복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졌다”며 “실제 안전하다고 해도 모기업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A지점 관계자는 “금감원 발표로 주식시장에서 동양증권 주가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과 달리 현장의 고객들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인출 규모는 확인할 수 없으나 환매에 따른 불이익에도 인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원과 성남 등 경기지역 18개 동양증권 지점은 물론 전국 116개 지점에서도 동일하게 연출됐다. 타 지역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성남 B지점의 경우 하루에만 300∼400건의 문의전화가 쇄도했으며 500여 명의 고객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량 환매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도 투자자 예탁금은 공기업인 한국증권금융에 예탁돼 있는데다 대부분 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돼 고객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1만5천여 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5천억 원의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CP)의 경우 그룹 도산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량 인출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동양그룹과 별도로 동양증권이 안정화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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