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금리 제각각… 서민만 ‘골탕’

현금서비스·카드론 최대 10%p 차이… 부담 가중
명확한 체계ㆍ기준 없이 최대 12개로 등급화하기도

수원서 직장을 다니는 최모씨(30)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현금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인근의 ATM기를 찾아 금리 수준을 살펴봤다.

최씨가 주로 사용하는 K카드사의 금리는 14%, 가끔 쓰는 S카드는 22%였다. 무려 8%p 차이가 난 것. 의아한 생각에 카드론 금리도 살펴보니 각각 13%, 20%로 7%p가량의 차가 발생했다.

최씨는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책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카드사별 사용실적 등의 우대조건을 고려해도 금리 격차가 10%p 가까이 차이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비교를 안 하고 서비스를 받았으면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더 낼 뻔 했다”고 말했다.

최대 연30%에 달하는 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금리 책정방식이 제각각인 탓에 고객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정보(CB) 업체나 자체 기준을 통해 1∼10등급까지 일괄 등급화한 시중은행과 달리 카드사의 경우 명확한 기준과 체계가 없어 제각각 금리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20개 전업ㆍ겸업 카드사들은 각각 개별적인 금리산정 기준을 마련해 놓고 사별로 적게는 5등급에서 많게는 12등급까지 등급화한 기준에 따라 연6.0%∼28.5%까지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경우 가장 높은 ‘다이아몬드(Diamond)’부터 가장 낮은 ‘펄(Pearl)’까지 12개로 등급화해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 반면 삼성카드는 ‘특별1군’∼‘일반2군’까지 6개의 등급체계를 두고 있다.

카드사의 등급체계의 간극이 두 배 정도로 발생함에 따라 최씨처럼 동일인물이라고 해도 카드사가 다를 경우 금리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카드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있는 등급별 금리를 중간등급으로 비교했을 경우 롯데카드의 경우 ‘에메랄드(Emerald)’의 금리는 지난 6월 기준 ‘17.99%~19.98%’ 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의 중간 등급인 ‘우대1군’의 금리 대는 ‘22.0%∼23.9%’로 최대 4%p차이가 발생한다.

더욱이 일부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인 신용등급간 격차도 적게는 0.5%p에서 많게는 8%p 차이가 발생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 대부분이 이자제한법에서 규정하는 연30%에 근접하는 고금리를 책정하고 있어 ‘제각각’ 금리에 따른 서민들의 혼란과 함께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해소하고자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직접 현금서비스 등의 금리를 비교할 수 있도록 비교공시하고 있으나 카드사별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원천적으로 신용등급이 달라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자 지난 4월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상반기까지 강화된 기준을 내놓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지지부지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와 협의 중인 단계로 늦어도 올해 12월 말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고금리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 고객의 권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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