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著 ‘식탁 위의 한국사’

“생물학적인 음식에는 물질이 담겨 있지만, 문화적인 음식에는 생각이 담겨 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출간한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의 신간 ‘식탁 위의 한국사’(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는 우리나라 음식을 통해 한국사를 본다.

지금 당신 식탁 위에 오른 음식 또는 오늘 당신이 선택한 외식 메뉴도 그냥 먹지 말자.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그 음식에도 한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그 무엇이 깃들어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주목했다. 시대에 따라 어떻게 왜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추적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변동이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잘났건 못났건 누구나 먹어야 살고, 먹기 위해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사회활동도 정치활동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개인이나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회의 역사가 보인다. 특히 20세기 세계 체제에 편입된 대한제국의 ‘한국’과 식민지 시기. 그리고 대한민국의 ‘한국’이 겪은 음식의 역사는 거시사와 미시사의 절묘한 조합이다.”

이 같은 관점을 토대로 저자는 음식사를 독창적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분기점은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외국인이 대거 유입된 1880년대부터 1900년까지다.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국경을 넘어 한반도의 음식 생산과 소비 문화를 변화시킨 시기다.

이어 1890년대 이후부터 1940년까지, 근대적 외식공간이 탄생하고 수많은 조선 음식이 식당 메뉴로 변모하는 시기로 구분했다. 최초의 근대적 외식업이라 할 수 있는 국밥집과 일본식 고급 요리옥의 변형인 조선요리옥, 산업화 시기에 끼니 겸 안주로 서민의 배를 채워줬던 대폿집 등이 등장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음식사도 변화한다. 남북의 인구가 교차 이동하면서 특정 지역의 토속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급격한 이농과 도시화로 향수를 달래기 위한 고향음식의 대유행, 도시 구축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며 세계화를 맞는 1990년대 값싼 배달 음식과 다국적 음식의 인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드러나는 음식 민족주의 등 ‘물질’ 음식이 ‘문화’ 음식이 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을 다 읽고나면 우리집 밥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독자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값 2만9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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