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택대출보다 문턱 낮은 집단대출 ‘가계부채 뇌관’
김포에 소재한 A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 500여 명은 지난해 중순 시행사와 집단대출을 한 시중은행을 상대로 각각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과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행사가 내세웠던 인근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시세 하락으로 분양가 할인까지 감행하면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것. 하지만 법원은 분양계약 취소 사유로 인정하기 힘들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은 소송기간 유예됐던 수백만 원에 달하는 연체금 폭탄을 맞았다. 현재 일부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연체금의 50%를 감면받았지만 일부는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면서 신도시나 신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위 사례처럼 아파트 계약자와 시행 건설사, 은행 간 분쟁이 빈발하면서 집단대출 규모와 연체규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집단대출 잔액규모는 102조7천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1%p가량 증가했다. 이 중 경기지역 비중은 34%(34조8천억원)로 전국 가운데 가장 높다. 부동산 침체 속에도 집단대출 규모가 증가하는 데는 집단대출이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데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단대출 규모 증가와 함께 연체율 역시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KDI와 금감원이 조사한 연체율 조사에서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 7월 기준 1.80%로 일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84%)의 두 배를 넘는다. 특히 중도금 집단대출 연체율의 경우 5.48%로 시중은행 취급 대출 연체율 중 가장 높다.
연체율이 상승하는 데는 집단소송 탓이 크다. 최근 통계를 보면 집단대출이 취급된 단지 중 주변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은 곳의 비중이 90%에 달해 주택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본 계약자들이 소송을 걸고 중도금 등 납부를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패소 시 연20%에 달하는 연체이자와 함께 중도금 상환도 함께 청구돼 신용불량자 등록 등 개인 신용하락 우려도 높아 최근 가계부채 뇌관으로 집단대출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집단대출 연체율을 모니터링하고 무분별한 집단소송을 자제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 지속되면서 집단대출 관련 소송만 현재 50여 곳에 이르고 있다”며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분쟁 단지와 예상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대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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