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들 이동권 확보 아직 ‘머나먼 길’
“대중교통 이용 교육을 받으면 뭐합니까. 탈 수가 없는데….”
지난 5일 오후 1시께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 부평구청 버스 정류장.
지체장애인 김성동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김민곤씨(32)가 휠체어를 타고 1시간째 저상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노선은 모두 10개로 많은 노선이 이들의 목적지인 산곡동을 가지만, 그들이 기다리는 노선은 단 하나 34번 간선버스다. 이곳을 지나는 그 많은 버스노선 중 저상버스를 운행 중인 버스노선은 34번, 단 한 개 노선이기 때문이다.
34번 노선은 24대의 차량 중 3대의 저상버스를 운행 중이다. 그나마도 저상버스가 일반버스 사이에 불규칙하게 배치돼 언제 올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아직도 더운 날씨 속에서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건널목을 뚫고 오느라 쉬이 지친 이들은 결국 1시간 30분 만에 이날 외출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 소장은 “장애인 콜택시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고, 저상버스를 타려면 짧게는 1시~2시간, 길게는 4시~5시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며 “휠체어는 일반버스에 올라갈 수 없어 하염없이 저상버스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저상버스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장애인들의 버스 이용을 발목 잡고 있다.
시의 저상버스는 모두 24개 노선, 204대(8월 말 기준)로 전체 209개 노선, 2천361대의 8.64%에 불과한데 서울과 경기도는 모두 20% 넘게 저상버스를 운행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2016년까지 서울은 55%, 광역시 및 경기도는 40%까지 버스를 늘릴 계획이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일반버스와 저상버스의 배차순서를 적절히 편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나 도시 크기가 훨씬 작은 경기도 수원시도 올해 57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한 데 반해 인천시의 올해 저상버스 도입은 46대로 속도가 더딘 상태다. 그나마 저상버스가 있는 노선도 저상버스가 불규칙하게 몰려다니면서 장애인들은 아예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회사에 전화하고, 저상버스 도착시각에 맞춰 정류장으로 향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버스 회사들이 정비비용 등을 이유로 운행을 꺼리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늘리기 힘들다”며 “저상버스와 일반버스의 운행방식이 같다 보니 배차가 몰리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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