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산 들킬라… 은행 ‘거액예금’ 사라진다

우리·국민·하나銀서 10억이상 정기예금 1년새 12조6천억↓
지하경제 양성화에 고액자산가 세원노출 우려 ‘이탈 급증’

지난 1년간 10억원 이상 은행 예금이 13조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예금 매력이 떨어진데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 따라 고액자산가들이 세원 노출을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국민하나은행 3곳의 10억원 이상 거액 정기예금 규모는 132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5조원에 달하던 예치금이 1년 만에 12조6천억원이나 이탈한 것이다.

지난 5년간 은행권 거액예금은 2배 가까이 늘었다. 2007년 상반기 196조3천억원에 그치던 거액예금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만 380조원으로 급증했다. 세계 경제위기로 안전한 자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정기예금의 메리트가 축소되고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급물살을 타면서 거액 정기예금 규모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거액예금 이탈은 최근 시중은행의 5만원 고액권 품귀현상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 분석이다.

올 5월말 현재 5만원 고액권 발행잔액은 37조188억원으로 전체 화폐 발행액의 6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1%p 증가한 액수지만 5만원 고액권 환수율은 올해 1분기 58.6%로 오히려 지난해 보다 13%p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액예금과 5만원 고액권 회수율 감소는 고액자산가들의 현금 보관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저금리 원인도 많겠지만 세금회피 수단일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규모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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