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 길 멀고도 멀다. 진주성은 백제 때 토성으로 시작해 고려 말에 석성으로 축조했다고 하니 유서 깊다. 숭례문이나 수원의 팔달문이나 모두가 성루만 남아있어 날개 잃은 학처럼 외로워 보이지만 공북문은 긴 성벽이 둘러처져 안온해 보인다. 김시민 장군이 민간인들과 목숨 걸고 싸웠던, 임란 3대첩의 뼈아픈 현장이기도 하다. 진주성이 아름다운 건 무엇보다 촉석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동강 부벽루에 비견했다는 이 누각은 외장을 남강에 수장한 논개의 혼 때문에 더 큰 명소가 됐다. 임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때 복원해 국보가 됐으나 불행히도 625 때 다시 불타고 말았다. 진주냉면을 먹으려고 황급히 성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해도 저물기 전에 문을 닫았다. 오늘 팔 냉면은 이미 소진됐나보다. 또 다른 진주냉면 하연옥에서 육전이 들어간 쫀득한 면발에 진한 해물육수를 숨 가쁘게 들이킨다. 산다는 것은 먹기 위한 끝없는 시작인 것,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