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때문에 체념… 노동자라 서럽다

체불 일용 노동자들 “추석 명절이 더 서러워요”

월세 밀려 쫓겨나고 파혼 위기까지

고향 커녕 여관방ㆍ지인의 집 전전

인천에 5천6백여명 ‘고통의 나날’

“매년 추석 때면 가족끼리 왁자지껄하며 행복했었는데….”

일용직 노동자 K씨(62·남구 용현동)는 최근 여관방과 지인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3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월세까지 밀려 살던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특히 K씨의 아들 부부도 부양을 거부하면서 추석을 코앞에 둔 K씨는 더는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K씨는 “나이 먹었다고 돈 되는 일 하나 시켜주는 곳 없는데, 몇 푼 번 것조차 주지 않으면 나 같은 사람은 죽으라는 의미와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평구의 한 부품제조업체에 다니는 B씨(38·부평구 산곡동)는 5개월째 임금이 밀리면서 파혼 위기에 처했다. 오는 9월 추석연휴 기간에 결혼할 예정이던 B씨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예식장비 등 결혼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대출까지 받아 일부 비용을 처리했으나, 아직 1천여만 원의 비용이 남아있다. 더욱이 결혼 상대자의 부모가 이번 일로 결혼 승낙을 보류하면서 자칫 파혼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B씨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복받고 싶어 추석연휴를 결혼 날짜로 잡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최악의 추석연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석을 목전에 두고 인천지역의 많은 근로자가 임금체불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7월 말 기준 인천지역 체불 근로자 수는 5천661명에 달하며, 체불 금액은 238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외 경기침체 여파로 그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추석을 코앞에 둔 많은 임금체불 근로자의 한숨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체불임금 청산지원 전담반을 통해 수시로 체불상황을 모니터링해 근로자들이 추석 전에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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