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따라 금리가 다르다? … 금융권, 문화마케팅에 빠지다

문화가 금융 상품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를 뜻하는 ‘Culture’와 상품을 뜻하는 ‘Product’를 합쳐 ‘컬덕(Cult-Duct)’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일종의 문화 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특히 금융 상품에 문화라는 요소를 덧붙임으로써 기존의 어렵고, 복잡하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은행권은 물론 고객에게도 인기다.

28일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상품의 경우 가격이나 서비스 품질 등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차별화된 문화코드를 심는 금융마케팅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컬덕의 일환으로 영화 등 문화 장르를 결합한 정기예금 상품이 속속 출시, 운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영화 ‘관상’의 관객수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하나 무비(Movie) 정기예금 관상’ 상품을 내달 13일까지 한시 판매한다.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및 콜센터를 통해 판매되는 Movie 정기예금 관상은 영화 ‘관상’의 관객수가 100만명 미만 시 연 2.80%, 100만명 이상 시 연 2.85%를 지급하고 e-플러스 공동구매 적금은 만기 3년제 기준, 500좌 미만 모집 시 연 3.1%, 500좌 이상 모집 시 연 3.2%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앞서 드라마 시청률에 따라 차등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하나 드라마 정기예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드라마 ‘구가의서’의 시청률에 따라 금리를 차등 지급했던 상품으로, 1차 판매분의 시청률과 모집좌수가 모두 목표치를 넘어 가입자 전원이 우대금리를 적용받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시네마 정기예금’을 2011년부터 꾸준히 판매해 왔다. 기본금리는 연 3.7%로 영화 관람객 100만 명 돌파시 연 0.1%p, 200만 명 돌파시 연 0.2%p, 300만 명 이상이면 0.3%p의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연 4.0%까지 가능하다. 출시 당시 특허로 등록됐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10년 7월 내놓은 ‘영화사랑적금’도 인기다. 최고 연 3.3%의 기본이율에 적금가입 시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경우 연 0.2%p, 적금 가입월부터 만기 2개월 전까지 KB국민카드로 3회 이상 영화를 예매하는 경우 연 0.3%p, 개봉한 한국영화의 관객수에 따라 0.1~0.5%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영화를 관람하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어 이와 연계된 금융상품도 덩달아 흥행을 하고 있다”며 “영화 등 문화 장르 연계 상품은 한시적 상품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수익성 고심에 빠진 시중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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