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 조종사 부족… 승객 안전 위협

적정선보다 5~10% 적어… 중국서 연봉 2배 싹쓸이 나서
조종사 기근에 피로도 증가… 항공기 사고 발생 우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의 조종사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수는 각각 2천224명, 1천300명이다. 항공기 대당 조종사는 각각 17.9명과 17.2명으로, 의무 휴식시간 등을 감안하면 조종사 수는 적정선보다 5∼10% 부족하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전체 조종사 중 15%를 외국인용역업체를 통해 외국인 조종사를 공급받고 있다.

이 같은 고질적인 항공사의 조종사 부족 문제는 조종사의 연간 비행시간 확대로 이어지고, 조종사의 피로도 등에 따른 항공기 사고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이 조종사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문 교육기관 등을 설립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아시아나는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소수 인력만 배출하고, 대한항공은 자체 조종사 양성 기관이 없다.

매년 조종사 신규 수요는 500여 명에 이르지만, 한국항공대와 울진비행훈련원 등은 지난 5년간 430명의 조종사를 배출하고 있을 뿐이어서 매년 조종사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항공사별 자체 조종사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다 지금은 외부에서 일정 비행시간을 갖춘 지원자를 신규 조종사로 뽑다 보니 계획적인 조종사 수급이 힘든 실정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는 것도 국내 항공사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육로 대신 하늘길을 택하는 중국 중산층의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춰 중국 항공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10여 년이 걸리는 숙련 조종사 양성보다는 당장 외국인 조종사 채용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은 1~2년 사이 국내 조종사 평균 연봉의 2배 가까이 주며 국내선임 조종사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는 “조종사 부족으로 비행시간이 늘어나 조종사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면, 이는 곧 항공기 안전문제와 직결된다”며 “항공사들이 적정 조종사 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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