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나인’, 공장 재가동 준비 박차
바이어 외면… 직원들 뿔뿔이… 2007년 입주이래 회사 최대 위기
등돌린 거래처 ‘신뢰 회복’ 온 힘 일주일만에 한달 생산물량 확보
공단 100% 가동까지 아직 난관 “피해 보상 등 정부 뒷받침 절실”
개성공단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공단 재가동을 손꼽아 기다렸던 경기지역 입주기업들이 공단 재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고양시 일산 동구의 (주)나인 본사 사무실.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속옷 및 의류를 생산하는 (주)나인의 회의실에선 한창 바이어들과의 상담이 진행중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기로 했지만, 공단 중단사태로 미처 생산하지 못한 물품을 재생산하기로 협의하고 있었다.
한 바이어는 “당장 공장만 재가동되면 인터넷, 재래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판로 방향까지 밝혔다. 막바지 무더위의 여세가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생산 물품을 점검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직원들은 물론 공장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들에게서 지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가 전격 합의되면서 공단 정상화 준비로 기분 좋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나인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개성공단 내에서 제품 생산이 끊기며, 생산량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수익이 없다보니 유동성 위기가 왔고 4월 말 기준으로 발생한 손실액만 31억원에 달했다. 여파는 직원 퇴사로까지 이어졌다.
20명에 달했던 개성공단 관련 지원 인력 중 4명은 사직했고, 16명은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그동안 거래하던 바이어들도 모두 ‘개성공단을 신뢰할 수 없다’며 등을 돌렸다. 그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던 찰나, 나인 직원들은 현재 그동안 등을 돌렸던 바이어들을 붙잡기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바이어들과 미팅을 갖고 있다.
공단 중단으로 어쩔 수 없이 퇴사, 휴직을 했던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기 위한 작업과 공단 시설점검을 위한 채비도 하고 있다. 정상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바이어들도 서서히 돌아와 공단 정상화 타결 후 일주일만에 벌써 개성공단에서 생산할 한 달치(속옷 30만장)물량도 확보됐다.
안준호 영업총괄팀 부장은 “하루에도 몇번이고 천당과 지옥을 오갔는데,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직원들 모두 오랜만에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공단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공단 가동률이 100%에 이르고, 바이어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워 유동성 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희건 (주)나인 대표는 “31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여기에 따른 지원 등은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당장 공단이 재가동 된다해도 경영 정상화까지 1여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피해 보상과 지원, 바이어 회귀를 위한 판로지원 등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자연채다영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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