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정부-은행… 하우스푸어 대책 ‘삐걱’

캠코-시중銀 연계, 도내 부실 채권매입 실적 고작 9건
은행들 매각시 손해 ‘외면’… 기관 중복대책도 ‘걸림돌’

정부가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의 엇박자 속에 표류하고 있다. 기관 간 대책 중복은 물론 손해 발생 탓에 은행이 적극적 유치를 꺼려하는 등 현재까지의 취급실적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주택금융공사 등이 시중은행과 연계해 부실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대신 매입하거나 저금리로 바꾸는 적격전환대출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취급ㆍ운영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은행으로부터 3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 대출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캠코의 경우 7월까지 취급실적은 도내 9건(전국 26건)에 그쳤다. 또 미리 받은 주택연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사전가입 주택연금제도’와 고금리를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적격전환대출’을 취급 중인 주택금융공사의 두 달간 실적 역시 전국 142건(180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두 기관이 제도를 내놨을 때 금융위원회가 연말까지 추정한 예상 취급실적이 각각 500건(1천억원), 1만1천건(1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이처럼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하우스푸어 실적이 미미한 데는 부실주택담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시중은행의 외면이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우스푸어의 채무조정을 위해서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해당 기관이 매입해야 하지만 손해 발생 등의 이유로 은행이 매각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 하락으로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가 대출 당시와 달라 감정가 매각 시 일정부분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은행이 취급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 제도와의 중복도 대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연체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차주의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는 것으로 지난해 은행권 취급실적만 6조7천689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이 정책금융기관과의 연계보다는 부실채권의 자체 조정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지만 대부분 단순 거치나 만기 연장(80.2%)에 집중하고 있어 실질적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성실 상환자에 한해 이자를 감면하고 있지만 253억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국민이나 우리, 하나, 외환은행은 지난해 단 한 푼의 감면실적도 없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장 자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은행에 매각을 강제하는 등의 조치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며 “이외 대상 기준 완화 등 내부적인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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