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중국 허난성에 몰아닥친 대기근은 결국 인육을 얻기 위한 인간 도살 끝에 300만명 이상의 죽음으로 귀결됐다.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엄청난 가뭄이 이 지역을 덮쳤고, 작물은 전부 타들어갔으며, 그럼에도 정부는 군량미를 거둬 갔다. 이것도 최악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기 시작했다. 털을 제거한 소가죽을 끓여먹자 복통을 겪었고, 각종 곡물의 버려졌던 끝부분을 말린 후 빻아 먹자 하혈하기까지 했다. 그마저도 없자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피난민들은 손톱을 씹고서야 자신이 먹은 것이 인육으로 만든 만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누구도 상관하는 이가 없었다.(…) 차오리 사에 기거하던 어느 부부는 친딸을 먹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잡아먹힐 것이 무서워 어두운 밤을 틈타 도망가다가 길에서 굶어 죽었다.(…)야생의 성질을 되찾은 들개 무리가 여기저기서 시체를 제멋대로 뜯어먹고 있었다. (…)어느 집은 가산을 모두 내다 팔아 마지막 한 끼를 배불리 먹은 뒤 일가족이 자살했다.”
이 참혹한 이야기는 1942년 실제 중국 허난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3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지만 중국 역사책에서는 단 한줄로 기록돼 있을 뿐이다.
멍레이, 관궈펑, 궈샤오양 등 중국의 기자들은 간헐적으로 남겨놓은 취재기와 지방지 등에 몇 줄로 남아있는 사실을 근거로 참상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감추고 싶은 과거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1942년의 대참사는 ‘국민당의 수괴 장제스의 실정’과의 연관성을 끄집어낸다. 장제스는 1938년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진격을 지연시키기 위해 황하의 둑인 ‘화위안커우 제방’을 폭파하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으로 89만 명이 사망하고 125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것이 바로 ‘화위안커우花園口 사건’인데, 1942년 중국 허난성의 대기근이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300만명이 죽은 대기아가 결코 자연의 탓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함으로 비롯된 인재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가 끝내 잊는다면, 또 다른 대기근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값 1만9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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