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 → 중고차’ 둔갑 밀수출… 세관이 뚫렸다

컨테이너 수출품 전수조사 불가능 허점 악용해 범행

관세청이 수출품목을 전수 조사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하는 등 수출 통관 절차에 허점이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유령 수출업법인 9곳을 차려놓고 중고차량을 밀수출한 무역업체 대표 A씨(37) 등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말소된 중고차량을 수출하는 것처럼 세관 수출 신고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후 해외로 밀반출시킨 혐의(관세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께 필리핀 등 동남아 4개 국에 중고차를 수출한다는 명목으로 바꿔치기한 신차 70여 대(시가 30억 원)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국내에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차량금융할부업체(캐피탈)를 통해 새 차량을 구입하도록 종용, 이렇게 사들인 차량을 헐값으로 사들여 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수출입법인업체 9곳을 인수한 후 수출 대상국인 필리핀 등 현지에서 요구한 차량목록에 한해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한 후 현지에서 다시 신차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또 이들은 대포차량이나 금융할부회사를 통해 확보한 신차를 중고차 수출처럼 수출신고서류를 조작했지만, 세관은 이를 간과했다. 이는 현행법상 세관이 모든 수출 물품을 꼼꼼히 조사하지 못한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이 같은 불법 자동차 수출은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의 해외 수출을 저해할 뿐 아니라 근저당권자인 금융할부회사 및 할부계약자 피해로 이어져 신용불량자 확산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수출 물품에 대한 사전검증과 통관심사 및 단속을 강화하는 조치와 함께 홍보를 통한 차량 밀수출 신고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관 관계자는 “컨테이너는 전수조사를 원칙으로 밀반출이 의심되는 물품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펼치고 있다”며 “중고차와 같은 화물은 서류심사 등을 통해 수출입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내 차량을 해외로 밀수출한 후 필리핀 현지에서 대형 매장을 차려 놓고 판매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배인성기자 isb@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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