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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승 칼럼] Hope For Children
오피니언 양호승 칼럼

[양호승 칼럼] Hope For Children

경기일보 지면을 통해 첫인사를 드렸던 일년 전, 어떤 이야기로 첫 만남을 준비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던 밤이 떠오릅니다.

월드비전의 회장으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그 달의 주제를 정해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원고를 다듬어 보내며 감사와 긴장이 교차하던 푸른 새벽도 또렷합니다.

일 년 간 여러분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빠짐없이 기억되지는 못하더라도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한 번 쯤은 지구촌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주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 봅니다.

여름의 절정을 맞을 때마다 늘 똑같은 의문이 듭니다.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었나?” 매년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한 해가 지나 여름이 돌아오면 지난해 더위가 어땠는지 기억조차 새까맣고 오로지 올해 여름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더위인 것만 같습니다.

고단한 삶에도 여유와 사랑 키워야

늘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날씨처럼, 물처럼, 공기처럼…. 너무나 사소한 일상이어서 잊고 살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살고죽는 문제인 지구 반대편 이웃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뤄 무거운 몸이 못내 짜증스러운 그 밤과 숨을 턱턱 멎게 하는 태양이 야속한 그 낮을 평생 마주하는 것도 모자라 질병과 턱없이 부족한 식량과 식수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우리의 관심과 사랑에서 비로소 자라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월드비전에는 묵직한 동전 보따리가 도착했습니다. 수시로 배달돼 오는 사랑의 빵 저금통인가 했던 동전 보따리에는 작은 편지가 동봉돼 있었습니다. ‘동전은 어린이집 꼬마 친구들이 모은 것’이라고 편지를 쓴 선생님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동전을 모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지내며 어린 제자들에게 숫자나 한글 외에 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고자 어떤 밑거름이 필요할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이 이어지며 결국 선생님은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보다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의 실천은 바로 나눔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자라고 배운 아이들이 이다음에 커서 ‘가진 것의 1%라도 나눌 줄 아는 사랑의 습관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으로 사랑의 빵 저금통 동전 모으기를 시작했습니다. 심부름을 잘했다고 부모님께 1천원의 용돈을 받았다면 그 중에 10원을 사랑의 빵 저금통에 모으자는 것이었지요. 어린 아이들이라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과연 잘 따라줄까 걱정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성실하게 1% 나눔 운동을 실천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모은 돈이 십여 만원에 이르렀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작은 정성이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이 어린 시절의 사랑의 실천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교훈으로 자리 잡길 기도한다며 편지를 맺었습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며 그 따뜻한 동전 보따리를 보며, 월드비전이 꿈꾸는 ‘모든 어린이들이 풍성한 삶을 누리는 세상은 이렇게 작은 나눔과 사랑의 실천이 열매를 맺어가며 만들어 가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일년을 달려온 칼럼을 맺으려 합니다. 부디 우리가 숨 쉬는 공기, 하늘, 출근길에 스치는 사람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 그리고 함께 지구촌을 살아가는 한 영혼, 한 영혼이 천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걸 마음속에 담기를 바랍니다. 고단한 하루에도 이웃을 향해 따뜻한 마음 한 자락 내어 줄 수 있는 여유와 사랑을 키워나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우리가 만들어가는 내일의 지구마을은 분명 오늘보다 조금은 행복할 것입니다.

내일의 지구마을 오늘보다 행복할 것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말라리아로, 에이즈로, 영양실조로, 전쟁과 기아로 고통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의 소식에 우리가 무뎌지지 않고, 그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월드비전은 지구촌 모든 어린이들과 이웃을 섬기는 일에 성실한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중에도 모든 것을 새롭고 아름답게 보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이웃을 대하며 우리의 길에 기꺼이 동행해 주시는 모든 분들과 힘차고 묵묵히 그 길을 가겠습니다.

여러분 삶 위에 기쁨이 넘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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