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비목공원에서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비수구미에서 파라호 건너 평화의 댐으로 오르면 무언가 쓸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선배 전우들의 피를 묻은 산하에 긴 세월이 덮고 있는 곳. 군 시절이 떠오르고 허전하던 젊은 날이 빈혈처럼 애처롭게 다가온다. 암울하던 청춘의 노래는 전우니, 진짜 사나이니, 화랑담배 따위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무적지에 영혼을 묻은 이 땅의 수많은 청춘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비목에 걸린 주인 잃은 철모가 더욱 슬퍼다. 명복을 빈다. 이념의 폭거에 희생된 젊은 불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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