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헐값 만든 홈플러스, 손해는 누가?

“홈플러스 토종닭 헐값 판매는 양계농가 죽이기”
관련 단체, 규탄 기자회견… 홈플러스 “저렴한 공급 위해 사전 계약”

홈플러스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고 이를 신고한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을 매수해 물의(본보 17일자 1면)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토종닭을 헐값에 팔아 양계농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와 한국토종닭협회·한국계육협회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가 수입냉동닭을 대량으로 들여온데 이어 토종닭까지 저가로 팔아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홈플러스가 토종닭(1천50g)을 6천900원에 할인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농가에서 출하하려면 산지시세만 6천800원이고 계열사에서는 여기에 도계비, 유통비 등을 합쳐 최소비용만 8천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절대적 위치에 있는 ‘갑’인 홈플러스에서 손해보면서 판매할리 만무하고 결국은 납품하는 농가와 회사, 즉 ‘을’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토종닭 최대 성수기인 복날을 전후해 대형마트에서 미끼상품으로 취급해 저가 판매한다면 그 피해는 닭을 출하하는 농가에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벌써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토종닭 할인행사를 계열사에 종용하며 작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가 수입냉동닭(봉, 윙 등 10조각 6천500원)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산 닭고기는 헐값에 팔고 도축한지 한달 이상 지난 저가 수입닭은 비싸게 파는 작태로 국내 생산농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대로 수입닭의 점유율이 높아만 진다면 우리 소비자들은 근간도 모르는 수입축산물에 식탁을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결국 우리 농가는 FTA에 죽고, 수입닭고기에 죽고, 유통마트의 상술에 죽는다”며 “홈플러스가 ‘슈퍼 갑’의 횡포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 농축산인과 연대해 홈플러스 불매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에게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초복 2개월 전에 사전 계약구매를 실시해 토종닭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오히려 농가가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토종닭 시장질서를 저해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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