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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칼럼] ‘화장장, 제발 우리 마을로…’
오피니언 이연섭 칼럼

[이연섭 칼럼] ‘화장장, 제발 우리 마을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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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는 지금 화장장 유치경쟁으로 뜨겁다. 서로 자기네 동네가 적격지라며, ‘제발 우리 동네로 와 달라’고 유혹한다.

화성시가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을 추진하면서 후보지를 공개모집한 결과 모두 6개 마을이 유치를 신청했다. 서신면 궁평2리, 봉담읍 상2리, 매송면 숙곡1리, 매송면 송라1리, 비봉면 삼화2리, 비봉면 양노2리 등이다.

이들 마을은 유치 신청서에 저마다 동네 장점들을 적어냈다. 어떤 마을에선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형태의 명당’을 자랑했고, 다른 마을에선 ‘주변에 국도와 고속도로가 있어 군포ㆍ의왕ㆍ시흥까지 30분 거리’라고 교통 접근성을 내세웠다. 무슨 대기업의 사업장을 유치하는 것도 아닌데 경쟁이 치열하다. 화장장을 서로 유치하겠다고 주민들이 발벗고 나선 사례는 전국에서 처음이 아닌가 싶다.

화성시, 6개 마을서 유치 신청

화장장과 장례식장 등을 갖춘 장사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여겨져 ‘우리 동네만은 안된다’고 반대해 건립이 어렵다. 경기도에서만도 안산, 부천, 포천, 이천, 연천, 김포, 시흥 등 여러 지역이 예산과 부지를 확보하고 몇 년간 추진하다 주민들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현실을 볼때 화성시의 유치경쟁은 뜻밖이다. ‘우리 마을엔 절대 안된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가 ‘우리 마을로 제발 와달라’는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로 바뀐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제일 큰 이유는 과감한 인센티브다. 장사시설을 유치하는 마을에 300억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은 화성시를 비롯해 부천 안양 평택 시흥 군포 의왕 과천시 등 자체 화장시설이 없는 인근 8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짓는다.

30만㎡ 부지에 화장로 10기, 장례식장, 봉안당, 자연장지 등을 갖출 예정으로 건립비가 1천200억원에 이른다. 220억원의 국ㆍ도비를 뺀 980억원을 참여 자치단체가 나눠서 낸다. 화성시는 지난 5월 7개 시와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화장 수요는 늘지만 화장시설이 없던 자치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해법을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자치단체들은 유치마을에 마을기반시설과 주민복지시설 건립 등에 3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시골 동네에선 큰 돈이다. 공장 하나 없는 마을에 일자리가 수십개 늘고, 주변에 상가가 생겨 지역경제도 살아나게 된다. 마을주민들이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는 혐오시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아직도 화장장이나 쓰레기소각장은 물론 노인요양시설 등도 기피시설로 인식해 자기 동네 입지를 반대한다. 하지만 화성시 주민들은 2010년 8월 봉담읍에 문을 연 광역소각장 ‘그린환경센터’를 보고 인식이 달라졌다. 환경오염 없는 첨단 소각시설내에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서고, 300억원의 지원금으로 마을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장사시설 유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소통ㆍ인센티브가 주민 마음 열어

세 번째는 주민과의 소통이다. 화성시는 상당수의 자치단체가 그렇듯 대상 부지를 선정하고 그냥 밀어 부치지 않았다. 주민대상 설명회를 4~5차례 열고, 장사 전문가를 초청해 ‘첨단 화장장은 공원처럼 꾸며져 주민 편의시설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6개 마을에서 주민간 토론을 거쳐 70%가 넘는 동의를 얻어 유치를 신청했다.

반면 안산시는 600억원이라는 인센티브를 내걸고 장사시설 후보지를 응모했지만 무산됐고, 추후 양상동으로 추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주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안돼 자치단체에 대한 불신만 커졌고, 민관ㆍ민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화성시는 지리적ㆍ환경적 장점 등을 내걸고 주민동의가 잇따르는데 반해, 안산시는 시의 강력한 추진의지에도 불구하고 정반대 상황에 직면해 무산된 것이다.

사례에서 보듯 소통은 중요하다. 단체장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고 소통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 욕구를 충족시켜 줄때 화성시처럼 시가 원하는 더 큰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님비는 핌피로 바뀌게 된다.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않았다. 시장ㆍ군수들이 부쩍 더 바빠졌다. 소통이란 이름으로 SNS에 자신들을 홍보하느라 정신이 없다. 화성시의 장사시설 사례를 통해 소통이 어떤 건지 배우는 계기가 됐음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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