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 대기업은 더 교활하게 진화

변종 SSM… 또다른 골목상권 죽이기

직영 대신 ‘상품공급점’ 방식… 관련법 교묘히 피해

이마트 에브리데이ㆍ롯데슈퍼 가맹점 등 도내 곳곳 활개

소형마트 유통 전담… 거래처 사라진 도매업체 죽을맛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대형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중ㆍ소규모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편법 확대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마트는 규제 대상인 직영 대신 기존 마트 개인 사업자와 상품 공급 계약을 맺는 이른 바 ‘상품공급점’ 방식으로 관련법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 ‘또 다른 골목상권 죽이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상품공급점은 대형유통업체가 발주부터 상품 판매까지 전담하는 일반적인 SSM과 달리 기존 업주가 영업권을 갖고 물건을 판매하는 대신 일정액의 월 회비를 내거나 일정금액 이상 발주해야 하는 가맹점을 말한다.

문제는 상품종류나 상품가격, 결제전산처리 등에서 사실상 SSM과 다를 바가 없지만 상품공급점의 경우 관련법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점포 운영에 참여하는 자영업자 지분이 51% 이상인 경우 SSM에 해당되지 않아 전통시장 보존구역 내 출점규제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이마트 에브리데이나 롯데슈퍼 등 현재 상품공급점을 운영중인 대형유통업체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해당 업체 상호를 단 가맹점이 골목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올해 1월에만 김포 H마트, 용인 K마트 등 4∼5곳의 기존 마트가 이마트 에브리데이와의 계약을 통해 신규 출점하기도 했으며, 지난 3월 안양 남부시장과 인접한 곳에서 상품공급점이 개점해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더욱이 대형유통업체가 소형 슈퍼마켓의 유통을 전담하면서 거래처가 사라진 도내 도매업체들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의 한 도매업체는 “아직 지역 내 출점 업체가 많지 않아 가시적인 피해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11일 현재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롯데슈퍼’ 등 일부 대형유통업들은 운영 중인 상품공급점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2월 사업 개시 이후 전국적으로 330여곳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7일에는 GS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GS리테일도 상품공급점 사업에 진출을 선언, 이달 중 수도권 지역에 1호점을 낼 계획으로 전해졌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대형유통업체가 법적 허점을 이용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가 정부의 국정 기조인 만큼 제도 보완을 통해 이 같은 변종 SSM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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