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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바야흐로 ‘여성시대’
오피니언 임병호 칼럼

[임병호 칼럼] 바야흐로 ‘여성시대’

임병호 논설위원•社史편찬실장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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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를 안아주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 남자의 포옹이 정복과 소유와 관용의 표현이라면 / 여자의 포옹은 용서와 자비와 안식의 표현이다 / 여자가 남자를 안아줄 때 남자들은 거센 갈기를 내리고 / 순한 짐승이 되고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된다 / 알았어요 예 그렇게 할게요 / 백기를 들고 스스로 항복하는 포로가 된다 / 세상의 여자들이여 남자들을 안아주라 / 그러면 당신의 남자들은 모두 /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 머리 조아려 안겨오는 순한 짐승이 되고 / 사랑스런 아이가 될 것이다 / 남자가 여자를 안아주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 남자들의 포옹에는 부성이 들어 있지 않지만 / 여자들의 포옹에는 늘 모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 세상의 여자들이여 / 날마다 순간마다 당신의 남자들을 안아주라 / 그러면 당신의 남자들이 행복할 것이고 / 당신도 행복해질 것이다.” - 나태주의 詩 ‘포옹ㆍ1’

우리나라 여성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50%에 이르렀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여성주간(7월 1 ~ 7일)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나타났다. 올해 현재 우리나라 인구 5천22만명 가운데 여성 인구가 2천508만7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으로 집계됐다. 여성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0%를 차지한 것은 1970년 통계청이 국가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남아 선호 사상이 쇠퇴하고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단순히 인구 비율만 높아진 게 아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각계에서 남성을 뛰어 넘는 활약상이 한눈에 보인다. ‘금녀’의 공간으로 치부되던 곳도 이젠 여성들이 맹위를 떨친다. 육사와 해사, 공사, 경찰대학 등에서는 여성 생도가 수석 졸업하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2009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처음으로 앞섰다. 교육받은 여성들은 각계각층에 활발히 진출했다. 사법고시 합격생 중 여성 비율이 2000년 18.9%였지만 지난해 41.7%로 급증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헌법 기관의 여성 공무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2만4천757명으로 전체 공무원(99만4천291명)의 42.7%에 달했다. 각급 학교의 여성교사 비율도 증가했다. 초등학교 교사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여성 교장과 교감의 비율도 계속 늘었다.

판ㆍ검사 등 법조인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1년 16.7%로 2000년보다 13.6%p 급증했다. 여성 정치인도 많아졌다. 우선 대통령이 여성이다. 국회의원 당선자 중 여성 비율은 2000년 5.9%에서 지난해 15.7%로 상승했고, 특히 지방의회 의원의 여성 비율은 20.3%로, 1995년 2.3%에서 비해 대폭 높아졌다. 골프의 전설 박세리, 아름다운 역사(力士) 장미란, 피겨 스케이트 퀸 김연아,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쓴 박인비 등 세계적인 유명인도 여성이 많다. 여성 사회복지학자ㆍ여성문인이 급증하는 현상 또한 주목된다.

혹자는 말한다. 전 세계가 여성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여성이 주도하는 경제, 나아가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우머노믹스(womanomics)’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여성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들이 ‘고위 관리직’에 못 가게 막는 ‘유리 천장’은 아직 견고하다고 말한다. 취업 여성들의 월 평균 임금이 남성보다 적고, 육아 때문에 발목 잡혀 직장을 그만 두는 ‘마미 트랩(mommy trapㆍ엄마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틀린 말, 아니다.

진정한 남녀 평등, 남녀 균형을 위해서는 남성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관할 일, 아니다. 무엇보다 ‘내일’이 기다리지 않는가. 남성과 여성은 동행인이다. 굳이 ‘라이벌’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지만 적대적인 존재는 더욱 아니다. 남성 없는 여성사회 없고, 여성 없는 남성사회 없다.

“세상의 여자들이여 / 날마다 순간마다 당신의 남자들을 안아주라 / 그러면 당신의 남자들이 행복할 것이고 / 당신도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한 나태주 시인의 ‘포옹ㆍ1’은 여성에게 바라는 남성의 희망이다.

 

임병호 논설위원•社史편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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