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가지 발명품에 대한 신선한 통찰
첨단 소재를 이용한 운동화가 등장했지만 신발에 발을 고정시키는 ‘신발끈’은 200년이 넘는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수세대에 걸쳐 많은 발명가가 운동화의 다양한 잠금장치를 발명하려 했으나 여전히 신발끈이 독보적이다.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사물 중 하나인 인공 젖꼭지는 입으로만 빨아도 우유가 나오므로 턱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 쉬운 방식에 익숙해진 유아는 모유 수유 때에도 입으로만 젖꼭지를 빨아 젖을 잘 먹을 수 없게 된다. 인공 젖꼭지가 초래한 부작용이다.
부상을 막는 군사 도구였던 헬맷은 1980년대 평평한 아기의 뒤통수가 맘에 들지 않은 부모들의 요구에 유아용으로 제작됐다. 심각한 증상을 고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소아과 헬멧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일상 속 사물은 신체를 보호하고, 자세를 잡아주며,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다.
국립미국사박물관의 레멜슨 발명 혁신 연구 센터의 에드워드 테너 수석연구원은 ‘사물의 역습’(오늘의 책 刊)을 통해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 사물을 집중 분석했다. 젖병, 운동화, 안락의자, 건반, 안경, 헬맷 등 우리가 고안하고 발전시킨 9가지 물건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우선 일부 혁신이 사물의 발명 그 자체보다는 새로운 사용법의 발전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논증한다. 테크놀로지와 테크닉이라는 두 단어를 통해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서 테크놀로지는 ‘인간에 의해 변형된 자연 세계’로 구조물, 도구,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테크닉은 우리가 이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관점을 토대로 수많은 도구가 우리 몸에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를 나열한다. 유머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저자의 신선한 접근은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독자에게 익숙한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만 하다. 값 1만6천5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