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산가들 고액권·金 꼭꼭 숨겨라?

지하경제 양성화 신호탄 울리자… ‘개인금고’ 매출 급증
‘부촌’ 중심… 중대형 금고 선호

5만원권 화폐와 골드바가 시중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정용 금고를 비롯한 개인금고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확대된 데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세원 노출을 꺼리는 자산가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내 대표적 부촌인 분당 소재 S금고 매장에서는 이달만 20대 가량의 개인금고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달 8∼10대 정도 판매되던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판매량이 늘어난 셈이다. 판매되는 금고 크기도 커졌다.

과거 소형금고가 주를 이루던 것에서 최근에는 88cm 이상의 중ㆍ대형 금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개인금고의 디자인이나 잠금 시스템의 고급화가 이뤄지면서 중ㆍ대형의 경우 100만∼400만원대로 비교적 고가임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대부분은 가격과 상관없이 고액권 보관 용량이나 재질 등을 따지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고 판매 업체들은 자사 인터넷 쇼핑몰이나 카탈로그에 아예 5만원 고액권이나 골드바 적재 용량을 기입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L모델의 경우 10억5천만 원 상당의 5만원 고액권 1개 뭉치(100장) 210개를 적재할 수 있으며, 골드바(1kg)는 644개를 보관할 수 있는 크기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안양의 또 다른 G금고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K씨 역시 최근 개인금고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K점주는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지 않음에도 지난해 월 평균 1∼2대 가량 나갔던 금고가 올 초부터는 5∼6대꼴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본사 공장에 주문 물량이 쇄도하고 있어 평균 2∼3일은 더 기다려야 물건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특히 주문이 몰리는 곳은 군포 산본이나 안양 평촌 등 신도시 지역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상류층 가정이 대부분으로 보통은 고액권이나 채권, 골드바 같은 귀금속 보관 용도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1분기 5만원 고액권 발행대비 회수율은 58.6%로 직전 분기(71.6%)보다 무려 13.0%p가량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5월까지 골드바 판매량(잔액)은 국제 금값 하락에도 435억 원 어치나 판매되는 등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일부 고액 자산가나 전문직 종사자가 세금 탈세ㆍ탈루 목적으로 세원 노출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증세 없는 복지 실현’ 재원 마련 일환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이 나온 시점과 개인금고 판매량이 늘어난 시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금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망 확충에 따른 것이지 현금 은닉 수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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