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술 익는 마을

산초두부 집을 지나 두메산골 고개를 넘자 은자골이다.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 아래 농가 몇 채가 산자락에 기대어 있고 동구 밖엔 수확한 보릿단이 이삭을 맞대고 서서 말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술 익는 마을, 해거름 길에 찾아간 곳은 은자골 탁배기 술도가이다. 벽속을 왕겨로 채워 만든 일제강점기 때의 발효실이 그대로 남아있고 공장이 없는 산골이라 청정한 물맛에 이 고장 삼백쌀을 사용한 정직하고 깨끗한 맛이다. 적십자사와 연탄은행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사회봉사를 임무처럼 수행하는 사장님. 술을 전통음식으로 인식하며 빚어내는 미학적 전환을 득한 독실한 기독교인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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