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임병호 칼럼] 함양이천, 두 고장의 ‘문학사랑’
오피니언 임병호 칼럼

[임병호 칼럼] 함양이천, 두 고장의 ‘문학사랑’

임병호 논설위원 社史편찬실장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국토를 순례하는 일은 숭고하다. 특히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던 장소를 답사하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국제PEN한국본부는 ‘지역위원회와 함께하는 문학투어’의 첫 지역으로 경상남도 함양군을 찾았다. 국제PEN경남지역위원회와 지리산문학관이 후원했고, 함양군이 앞장섰다. 여기에 맞춰 함양군이 ‘상림 숲 문화거리’ 명명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양(咸陽)은 정여창 선생 등 명현석학이 많아 배출되어 선비문화를 꽃피운 고장이다. 유서 깊은 서원, 향교, 루(樓)가 곳곳에 즐비하다. 특히 ‘천년의 숲’으로 불리는 ‘상림(上林)’은 천연기념물이다. 대관림, 선림이라고도 한다.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857 ~ ?)이 천령군( 함양군의 옛 명칭)의 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400여 종의 수목이 있어 식물학상으로도 귀중한 숲이다. 봄 꽃, 여름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화(雪花)로 유명하고 주변의 연꽃단지, 위천천의 맑은 물이 승경을 이뤘다.

‘함양 상림 숲 문화거리’ 명명

그 상림을 임창호 함양군수와 이상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이 지난 14일 ‘함양 상림 숲 문화거리’로 명명했다. “국조 단군은 큰소리로 한반도의 아름다운 대자연 경치를 가꾸도록 가르쳐 주었다. 지리산 함양은 ‘좌 안동, 우 함양’이라 불릴 만큼 묵향의 꽃이 핀 선비의 고장으로 고래로 뿌리 깊은 문화들이 곳곳에 산재한다. 1천300여 년 전 신라사람 고운 최치원은 함양 태수로 와서 물안개 피는 위천 물이 범람하는 수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가 자라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인공 풍치림의 감상에 취한 사람들은 대관림이라 부르게 된다. 숲의 아름다움과 향취는 함양군의 얼과 유구한 역사 속에 뿌리 깊은 대자연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문학의 정서를 발심시키는 대표적인 표상이 되므로 ‘국제 펜 헌장’ 정신에 의거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고 인류가 공영하는 자유를 주창하며 누구나 대자연 속에 평화로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꿈이 곧 자연이고 삶의 희망이다.

또 문학인이 추구하는 숲에 있어 더 넓게 더 아름답게 가꾸자는 뜻으로 제1회 문학여행의 날을 맞아 이 숲을 ‘함양 상림 숲 문화거리’로 명명하고 선포하는 바이다.” 상림 숲을 문화거리로 명명한 날, 함양군은 전국에서 찾아온 문인들에게 “문학작품이 함양을 더욱 빛나게 한다”며 예의를 표하며, 함양팔경ㆍ함양팔품ㆍ함양팔미를 소재로 글을 많이 써 달라고 간곡히 당부하였다. 상림 숲을 최치원 선생이 거닐고 있었다.

채수영 詩碑 ‘설봉산’ 제막

“설화의 성터를 돌아가는 / 부악은 머리이자 가슴이라 / 나래 펼친 학의 깃바람으로 / 설봉호에 내려오면 / 하늘이 담겨지는 파문들이 / 햇살을 춤추게 한다 // 깊이로 맺은 / 마음 고운 사람들 / 산정 사잇길 돌아 / 정갈하기 맑은 바람과 더불어 / 시내로 내려오면 / 가슴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는 눈엔 / 설봉호의 물이 고인다 // 사람 내음이 그리운 날은 / 장날의 소음이 박자를 맞추는 곳에서 / 깊은 정을 전달하는 인심 따스한 것도 / 설봉산에서 내려온 물과 바람 탓이라면 / 이천 사람들은 그 정기를 담아 / 맑은 가슴으로 산다”

- 채수영 詩 ‘설봉산’

이천(利川) 설봉공원 대공연장 옆 산길에 시비 ‘설봉산’이 지난 15일 제막됐다. 이천시의 협조로 이천문인협회가 후원하고 부악문학회가 세운 시비 ‘설봉산’이 제막된 날, 성지월ㆍ 이광희ㆍ 전광우 시인 등 이천문협 전ㆍ현 회장을 비롯한 이천문인들, 서울, 양평, 수원 등에서 많은 문인들이 참석했다.

조병돈 이천시장, 유승우 국회의원, 이광희 이천시의회의장, 최갑수 이천예총 회장 등이 축하 덕담을 했다. 이들 중 민선 이천시장을 123대 역임한 유승우 국회의원은 시집ㆍ수필집을 아홉 권 낸 시인으로 목민관 시절 문학단체와 문인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었었다.

설봉공원은 현존하는 시인들의 시비가 많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인협회가 공원에 시비 건립하는 것을 꺼리는 어떤 지자체와는 생각이 다르다. 채수영(72) 시인의 작품 낭독회도 함께 열린 이날 조병돈 이천시장과 이광희 이천시의회의장은 “문인들이 많이 사는 이천이 자랑스럽다”며 채수영 시인을 비롯한 이천문인들의 활동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틀간 문학행사에 참석하면서 경남 함양군, 경기도 이천시, 두 지방자치단체장의 지극한 예술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문학과 지방행정의 진실한 연계가 보기에 매우 좋았다. 함양군ㆍ 이천시, 두 고장의 순박한 ‘문학사랑’이 고마웠다.

임병호 논설위원 社史편찬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