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열받을라… 가축 모시는 축산농가

무더위에 가축도 ‘헉헉’ 축산농가 초비상

선풍기ㆍ스프링클러 쉴새 없이 작동 ‘폭염과 전쟁’

도내 양계ㆍ한우농가들, 집단 폐사 막기 ‘비지땀’

혹서기를 대비하는 가축농가들은 흡사 전쟁터에 나가있는 병사와도 같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일찍 기승을 부리면서 경기지역 축산농가들마다 가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야말로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고기온이 31도를 기록한 지난 7일 오후 2시 화성시 장안면의 한 육계 농가. 3만5천수의 육계를 키우는 김모씨(62)의 축사 3동에서는 동마다 6대의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고, 지붕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연신 물을 뿜어댔다.

김씨는 “요즘에는 하루 꼬박 14∼15시간 환풍기를 돌리거나 물을 뿌려야 적정 온도인 24도 내외로 낮출 수 있다”며 더운 김이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소 40만원 내외로 나오는 전기요금이 여름에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올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지난해보다 전기료가 10∼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사료값 인상에다 산지 닭값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지고 있어 양계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폭염으로 하루에 30∼40마리씩 폐사해 타격이 컸다

며 “벌써부터 한여름 무더위를 방불케 해 축사 적정 온·습도 관리는 물론 사료에 영양제를 섞어 먹여야 할 판이어서 생산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양계농가의 걱정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치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어렵기는 인근의 한우농가도 마찬가지였다. 화성시 팔탄면에서 115마리의 한우를 기르고 있는 박모씨(57)는 축사 물통을 채우느라 손님이 찾아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지친 소들은 통에 물이 채워지기가 바쁘게 목을 축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이러다 큰일나겠다”며 박씨가 21개의 대형 선풍기를 청소한 뒤 작동시키자 소들은 기다렸다는 듯 선풍기 아래로 몰려들어 더위를 피했다.

박씨는 “소도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면 육질이 저하된다”며 “전력소비가 많아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가 폐사하면 큰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동윤 농촌진흥청 축산환경과장은 “젖소와 돼지는 27도부터, 한우와 닭은 30도부터 고온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적절한 환기를 통해 열과 습기를 제거하고 사료를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서 항상 신선하고 시원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자연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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