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시대 ‘믿을 건 집한채’… 주택연금 인기 치솟아

[뉴스분석]

도내 주택연금 잔액 현황

올 4월까지 7조2천377억 2009년 比 6배 가량 증가

사전가입 주택연금 출시

50대 하우스푸어 가입 가능 지급한도 100%내 일시 인출 대출부담 덜어 문의 쇄도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않고 다달이 나오는 주택연금으로 노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성남에 거주 중인 박모씨(70ㆍ여)는 지난해 10월 남편 명의의 아파트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고 있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기준으로 시세는 5억원. 박씨 부부는 아파트를 맡긴 대가로 매달 160만원씩 사망할 때까지 받게 됐다.

남편의 퇴직 후 주택 이외 별다른 재산도, 소득도 없던 이들 부부는 자식들이 다달이 보내오는 용돈 50만원과 소일거리로 버는 30만원이 한 달 생활비의 전부였다.

박씨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준비해 놓은 노후자금이 없어 불안감이 컸다”며 “팔리지도 않는 집을 안고 있을 바에 차라리 자식들 부담을 줄이고 여생을 마음 편히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용인에 거주 중인 김모씨(56)는 최근 시가 3억원 정도인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은행에 빚진 9천500만원에 대한 월 50만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 경기남부지사를 찾았다. 정부가 하우스푸어 대책의 일환으로 50세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해 대출원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사전가입 주택연금’ 상품을 시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퇴직과 사업실패로 일정 소득도 없는 상태에서 이자 부담이 커 생활이 힘들었다”며 “아직 가입결정은 못 했지만 주변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하우스푸어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도내 주택연금 가입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전가입 주택연금’ 상품 운영으로 대상자가 확대돼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주택연금 공급현황’을 보면 도내 주택연금 잔액현황(보증공급액 기준)은 지난 2009년 1조2천287억원에서 올해 4월까지 7조2천377억원으로 무려 6배가량 규모가 증가했다. 이는 전체 잔액규모(18조6천592억원)의 38.7%에 달하는 액수다.

‘주택연금’은 본인(60세 이상) 또는 배우자 명의의 주택을 담보로 계약을 체결한 뒤 사망 시까지 연금 형태로 매월 일정 금액이 지급되면서도 종신거주가 보장되는 일종의 정부 보증의 ‘역모기지 형태’의 금융상품이다. 특히 대출자 사후에 매각 시 돈이 남을 때 그 차액을 자녀에게 지급하지만, 집값 하락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상환의무를 면제하는 장점이 있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 일환으로 가입대상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경기남부지사에만 하루 20∼30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등 벌써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전가입 주택연금’ 상품은 지난 3일부터 시판에 들어갔으며 내년 5월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에게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지급한도 100%내에서 일시인출이 가능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경기남부지사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 진입, 가족공동체 해체 등의 사회 현상과 주택시장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주택연금 가입자와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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