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캠코 17개 운영 주체따라 신용등급·한도 기준 제각각 빚더미 서민들 이용하고 싶어도 접근 어려워 ‘실효성’ 지적
수원서 택배일을 하는 이모씨(36)는 지난해 차량구입비로 2천만 원을 빌렸다. 이씨는 저신용자로 은행대출이 어려워 금리가 25%~30%에 달하는 저축은행 등을 이용하다보니 매달 내는 이자만 50만원이 넘는다.
수입이라야 유류비 등을 제외한 일당 8만원이 전부인 이씨는 이자를 갚기도 벅찬상황에서 최근 고금리를 저금리로 낮추는 상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종류가 많고 복잡해 머리만 복잡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인터넷에 ‘바꿔드림론’ 등을 검색했더니 상담사를 자처하는 글만 넘쳐나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꼴이 됐다”며 “이름과 내용이 비슷해 어떤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같은 상품인데도 금리가 차이나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빚에 허덕이는 서민이 늘고 있지만 복잡한 서민금융 탓에 제대로된 이용은 물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관이나 권역별로 이름이 중복되거나 주체, 요건 등이 모두 달라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서민금융제도는 은행권과 캠코 등 확인된 것만 모두 17개 기관, 35개 상품과 제도가 운영 중이다. 당국 분류로는 생활안정, 주거안정, 채무조정 등으로 나뉘지만 대상과 기준, 기능 중복, 실적 과시용에 그치고 있다.
우선 6∼10등급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은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16개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새희망홀씨’, 저축은행과 신협 등을 통한 ‘햇살론’이 있다. 여기에 대기업과 16개 은행이 개별 운영하는 ‘미소금융’, 캠코의 ‘바꿔드림론’ 등도 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이 내용은 같지만 운영 주체에 따라 대상자의 연소득(3천만∼4천만원)과 신용등급(5∼10등급), 대출한도, 연체여부 등의 기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또 변동과 고정금리, 성실상환 금리우대 정책 등에 따라 금리수준 편차(4.5%∼14.0%)도 심하다.
아울러 지난 4월 출범한 ‘국민행복기금’과 같은 채무조정 역시 캠코가 운영하는 것 이외에도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개인 워크아웃’, 법원의 ‘개인 희생/파산’ 등이 있는데 내용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행정 낭비도 우려된다. 게다가 시중은행이 금감원 요구에 따라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고자 출시한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의 경우 ‘새희망홀씨’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있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도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이름이 바뀌거나 취급 상품이 다르고 복잡해져 담당자로서도 헷갈린다”며 “기준이 부족한 경우 제2금융으로 안내하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처럼 관계자조차 분간이 어려운 서민금융에 대해 전문가들은 운영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통합기구 설치 등의 보안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금융 중복 등으로 효율성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며 “각각의 기금과 재원을 묶어 자본금으로 전환, 독립적인 서민금융 기관으로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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