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고석정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을 아름다운 승일교가 잇고 있다. 그 위를 거슬러 오르면 의적 임꺽정의 은거지 고석정이 보인다. 절벽사이로 맑은 강물이 유수 같은 세월이라는 시간의 속성을 잊은 채 꿈속에서나 본듯 한 선경을 드러낸다. 신라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유람했다는 이곳에 임꺽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가 세워졌으나 625전란에 파괴되어 다시 지어졌다. 투명한 연둣빛 봄이 점점 짙어가며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늦은 봄날의 시가 있다.

꽃이 지고 있습니다/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한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가진 것 다 잃어버린/저기 저, 발가숭이 봄!/쯧쯧/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김종철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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