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꺾기’ 관행 여전 “대출 받으려면 보험이라도…”

구속성 예금대책 허점… 내부통제 시스템 ‘무용지물’

직장인 김모씨(45)는 지난달 1천만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자신의 주거래 은행인 도내 A은행을 방문했다가 은행 직원에게 씁쓸한 제의를 받았다.

직원이 김씨의 신용이 낮고, 급여통장 이외 A은행과 별다른 거래가 없어 원하는 액수의 대출이 힘들다며 아내 명의로 보험과 적금 가입을 요구한 것. 당장 급전이 절실한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어 결국 김씨는 직원의 요구대로 월15만원 불입의 보험 상품에 가입해주고서야 비로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변변한 담보도, 신용도 없는 상황에서 은행 문턱을 넘으려면 부당함을 알아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혹시나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해지는커녕 항의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구속성예금 등을 막고자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마련했지만 미비점이 많아 담보나 신용이 낮은 금융취약자에 대한 구속성예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월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불필요한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구속성예금 즉, ‘꺾기’ 관행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고자 각 시중은행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고객의 대출시점에서 1개월 전·후로 대출원금의 월1%를 초과하는 금융상품 가입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시스템상 ‘1%’ 범위가 ‘월’로 설정돼 있어 이를 ‘연’으로 환산할 시 대출원금의 최대 12%까지 부당하게 편취할 수 있어 ‘꺾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김씨처럼 원금의 1%를 초과해도 은행이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가입을 요구할 경우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실제 지난해 금감원이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구속성 예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두 943건(330억원)이 적발되는 등 관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처벌도 편취 건수나 액수에 상관없이 금융사당 최대 5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적발된 은행에 부과된 과태료는 편취액의 1%에도 못 미치는 2억3천750만원에 그쳤다.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국 관계자는 “고객 의사에 반하는 가입 강요는 시스템과 상관없이 모두 불법”이라며 “범위 규정과 처벌 강화 등은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영업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어 확대가 힘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구속성예금 대책의 허점이 많아 오히려 꺾기가 음성화하고 있다”며 “보다 강화된 내부와 처벌기준을 적용하고 고객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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