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알앤비씨서 수입하려던 정품 ‘짝퉁’ 감정 영세 의류업체, 하루아침에 밀수업체로
뒤늦게 정품 인정했지만 수개월간 검찰 조사로 고통
결국 무혐의… 알앤비씨 “대기업 권한 남용 피해 막심”
대기업 코오롱이 영세 의류업체가 수입하려한 정식상품(정품)을 위조상품(가짜)으로 관세청에 신고해 해당 업체가 검찰 조사까지 받는 등 9개월여 동안 제품이 압류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코오롱인더스트리(주)와 (주)알앤비씨, 부산세관 등에 따르면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주)알앤비씨는 지난해 5월21일과 6월5일 두차례에 걸쳐 5만6천여점의 HEAD테니스의류를 부산항에 입항했다.
(주)알앤비씨는 오스트리아 게엠바하사로부터 HEAD테니스의류를 병행수입하기 위해 관세사 등에 자문을 구해 수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제품을 수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25일 HEAD상표 일부품목에 대한 국내상표권자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부산세관으로부터 의뢰받은 해당 상품의 상표 감정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자신들의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조상품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부산세관은 (주)알앤비씨에 대해 위조상품 밀수입에 따른 상표법위반으로 조사 및 수사를 진행했다.
해당 제품이 부산항에 입항한지 한달여만에 정품으로 확인됐지만 부산세관은 오히려 제품을 압수한 뒤 전방위 수사에 들어가 지난해 9월20일 (주)알앤비씨를 상표법위반과 관세법위반 등으로 부산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결국 ‘52억원 상당의 위조상품’ 밀수업체가 된 알앤비씨(주)는 사건이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이송되면서 정신적 물질적 고통속에 수개월간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안양지청은 지난 2월4일 상표법위반과 관세법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부산세관은 열흘 뒤인 2월15일 해당 제품에 대한 압수해제 및 환부를 (주)알앤비씨에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주)알앤비씨는 9개월여 간 장기보관된 일부 제품이 관리 부실로 훼손되고 의류업 특성상 판매시기도 놓쳐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윤영식 (주)알앤비씨 대표는 “대기업 코오롱이 권한을 남용해 악의적으로 멀쩡한 정식상품을 ‘위조상품’으로 감정하면서 신상털기에 가까운 압수수색과 조사를 받는 등 정신적 고초속에 경제활동 자체가 마비됐다”며 “민ㆍ형사상의 책임이 수반된 코오롱의 위조상품 감정에 대해 대기업으로써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 정품이더라도 당사가 국내에서 직접 제조 판매하지 않으면 위조상품으로 감정될 수 있다”며 “게엠바하사에 해당 제품에 대한 정품 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지만 사실 여부 확인을 통해 정품상품임을 세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부산세관 관계자는 “위조상품으로 감정되면 소위 ‘짝퉁’ 상품으로 분류돼 관련 조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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